김정은, 체면보다 안전…中항공기로 싱가포르 향한듯

김정은, 체면보다 안전…中항공기로 싱가포르 향한듯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6-10 11:52
업데이트 2018-06-1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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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지도자전용기 내준 배경 관심…‘참매 1호’ 이용가능성도 배제못해

10일 평양을 떠난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항공기가 싱가포르로 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것이라면 ‘체면’보다 ‘안전’을 택한 행보로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10일 항공기 경로 추적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다24에 따르면 중국 최고위급 인사들이 이용해온 에어차이나 항공기가 이날 오전 평양에서 이륙했다.

정보당국에서도 이날 평양을 떠난 항공기가 에어차이나 1대이고 중국 영공을 거쳐 싱가포르로 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항공기가 누구를 태웠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시점으로 볼 때 김정은 위원장과 수행단을 태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해당 항공기가 전날 평양에서 출발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착륙했다가 중국 베이징을 거쳐 이날 새벽 평양으로 돌아왔던 것도 김정은 위원장의 탑승을 위한 ‘시험 운항’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이 중국 항공기를 이용해 싱가포르로 향했다면 체면보다는 안전을 중시한 행보로 해석된다.

당초 김 위원장은 5월초 중국 다롄 방문 때도 이용했던 전용기 ‘참매 1호’를 이용해 싱가포르로 이동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참매 1호가 워낙 노후하고 장거리를 운항해본 이력도 없어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참매 1호는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일류신(IL)-62M’ 기종을 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으로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와중에 중국 항공기를 빌려 타고 가는 것이 탐탁지 않았을 수 있지만, 첫 장거리 이동을 앞두고 무엇보다 안전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이 평소 보여온 실용주의적 스타일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위원장은 첫 방중 이후 한 달여만에 또 중국을 찾는 등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적 행보로 주목받아왔다.

김 위원장이 참매 1호를 이용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명운을 건 담판에 나서는 와중에 타국 비행기를 빌려 타고 오는 모양새가 보기 좋을 리 없다는 점에서다.

정상회담 테이블에서만이 아니라 의전에서도 북미 간 기싸움이 팽팽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김 위원장이 중국 항공기에서 내리는 모습으로 초장부터 ‘한 수’ 접고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징성 있는 국적기를 타야 체면과 자존심을 세울 수 있고 국가 대 국가라는 대등함을 통해 회담에서 유리한 기싸움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참매 1호에 타고 에어차이나는 나머지 수행단과 장비를 싣는 차원에 한정시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이 최고위급 인사들의 전용기를 북측에 내준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날 오전 평양에서 출발한 에어차이나 항공기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해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등 최고위급이 이용해온 전용기로 유명하다.

중국이 이를 김 위원장의 이동수단으로 내준 것이라면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는 김 위원장의 뒤에 중국이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북측 수행단이나 지원인력을 위한 것이라 해도 북중 양국이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이 중국 비행기를 이용한다면 북중 혈맹관계 복원의 방증”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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