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 정봉주, 청담동에 있었다…“정계 은퇴? 그건 봐야죠”

‘자연인’ 정봉주, 청담동에 있었다…“정계 은퇴? 그건 봐야죠”

입력 2018-04-04 14:03
수정 2018-04-0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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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성추행’ 여부엔 여전히 묵묵부답

“정계 은퇴? 그건 좀 봐야죠.”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있다가 <더팩트> 취재진과 마주친 정봉주(57) 전 의원의 표정은 예상과 달리 밝았다. 지난달 28일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지 6일 만에 언론사 카메라에 모습을 드러낸 정 전 의원은 그동안 서울에 머물면서 예기치 못한 ‘성추행 의혹’의 여파를 수습하느라 여전히 분주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정계 은퇴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더팩트가 ‘성추행 의혹’으로 낙마한 정봉주 전 의원을 3일 청담동에서 만났다. 카페 ‘벙커’에서 나오는 정 전 의원. 사진=THE FACT
더팩트가 ‘성추행 의혹’으로 낙마한 정봉주 전 의원을 3일 청담동에서 만났다. 카페 ‘벙커’에서 나오는 정 전 의원. 사진=THE FACT
“자연인으로 돌아간다”고 선언한 정봉주 전 의원의 이 말은 어떤 의미였을까. 성추행 의혹에 더해 ‘거짓 해명’ 논란으로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은 정 전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무대에서 하차하면서 남긴 이 말은 ‘정계 은퇴’를 내포하고 있지나 않았을까. <더팩트> 취재진은 정 전 의원을 만나 직접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직격 인터뷰에 나섰다.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이후 정 전 의원과는 좀처럼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의 근황이 궁금해진 <더팩트> 취재진은 이날 오전 무작정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그의 자택으로 향했다. 그가 사는 빌라 담벼락 너머 벚꽃과 개나리가 ‘봄’을 알렸다. “10년 통한의 겨울을 뚫고 찾아온 짧은 봄날이었지만….” 정 전 의원이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귀와 매칭되는 장면이었다.

취재진은 정 전 의원의 자택 경비실의 문을 두드렸다. 한 경비원은 정 전 의원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아는 게 없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일단 물러나 정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주변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도 물어봤으나 헛수고였다. 이날 오후 재차 전화했을 때 드디어 연락이 닿았다.

정 전 의원은 “어떻게 지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자연인이니까 자연인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있는 그대로의 사람, 즉 평범한 일반인이라는 말로 들렸다. “자숙한다고 했는데, 집에만 있는 거냐”는 물음엔 “밖에 나와 있다. 집에도 안 들어간다. 지방에 내려와 있다”고 답했다.
뜻밖이었다. 그가 지방엔 왜 갔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 전 의원의 활동 구역이었던 청담동 카페 ‘벙커’를 찾았다. 혹시나 했는데 그는 “지방에 내려와 있다”는 말과 달리 그곳에 있었다. ‘자숙하겠다’는 그의 발언을 고려할 때 언론을 피하기 위한 발언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그는 취재진과 통화 후 불과 1시간 만에 강남구 청담동에서 마주쳤다.

머리카락을 한껏 치켜세운 특유의 머리 모양에 정장을 입은 그는 지지자로 보이는 이들과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눴다.

취재진은 정 전 의원에게 다가갔다. 정 전 의원은 찰나 흠칫 놀란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당당한 태도로 웃으면서 맞이했다. 근황을 묻는 질문에 “다음에 보자. 요즘 하던 일을 정리하고 있다”며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이 정계 은퇴로 해석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묻자 “그건 좀 봐야죠”라며 여지를 남겼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지금은 정리할 일들이 많다”며 말을 아꼈다.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질문을 하려던 순간 황급히 차에 올랐다.

정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철회하면서 “모든 공적 활동을 접고 자숙하고 또 자숙하겠다”며 “자연인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 전 의원이 사실상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이번 인터뷰에서 정계 은퇴에 선을 그은 셈이다. 또, 칩거하며 자숙하는 여느 정치인과는 자숙의 방법에 차이가 있어 보였다.

추가로 질문하기 위해 정 전 의원과 통화했다. “지금 아무것도 묻지 말아달라. 아무것도 못 한다”며 수화기 너머로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성추행 의혹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라는 말에 “끊을게요”라며 즉답을 피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달 7일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1시간 정도 앞두고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미투’ 폭로가 나와 결국 물러났다. 정 전 의원은 자신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또, 사건 당일로 지목된 2011년 12월 23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간 사실 자체가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미투‘ 폭로자 A 씨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 의혹을 뒷받침하는 당일 현장 사진을 공개하면서 그간의 해명이 무색해졌다. 결국, 정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보도자료를 내어 “당일 호텔 카드 내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주장이 잘못된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여전히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면서도 “하지만 기억이 없는 것도 불찰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시장 출마를 철회하고 자숙할 뜻을 밝혔으나, 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의혹을 인정하는 내용은 없었다.

더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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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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