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TF “박근혜 정부 때 ‘위안부 이면 합의’ 있었다”

외교부 TF “박근혜 정부 때 ‘위안부 이면 합의’ 있었다”

오세진 기자
입력 2017-12-27 15:21
수정 2017-12-2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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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28일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를 합의할 때 ‘이면 합의’가 존재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면 합의 내용에는 한국 정부가 시민단체들이 해외에 ‘소녀상’을 건립하는 일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약속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당시 합의문에서 가장 큰 논란을 야기했던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은 한국 정부가 사죄의 불가역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먼저 거론했으나 결과적으로 당초 취지와 달리 ‘해결’의 불가역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맥락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1월 2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전 청와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서울신문 DB
2015년 11월 2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전 청와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서울신문 DB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는 27일 발표한 31쪽 분량의 검토 결과 보고서를 통해 “위안부 합의에는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 발표 내용 이외에 비공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TF 보고서는 “일본 쪽이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피해자 관련 단체를 특정하면서 한국 정부에 설득(합의에 대한 불만 시 설득)을 요청했고, 이에 한국 쪽은 ‘관련 단체 설득 노력’을 하겠다며 일본 쪽의 희망을 사실상 수용했다”고 비공개 합의 내용을 설명했다. 이같은 비공개 이면 합의 존재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존재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없다”며 부인해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본 정부는 해외에 상(像·소녀상), 비(碑·기림비) 등을 설치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지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으려 했고, 한국 정부는 ‘지원함이 없이’(지원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비공개 부분에) 넣는 것에 동의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특히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성노예’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원했고, 우리 정부는 한국 정부가 사용하는 공식 명칭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뿐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일본 정부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아울러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어떻게 이전할 것인지 구체적인 한국 정부의 계획을 묻고 싶다”고 밝힌 데 대해 한국 정부는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소녀상은 민간단체 주도로 설치된 만큼 정부가 관여하여 철거하기 어렵다고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이를 합의 내용에 포함시켰다”면서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소녀상을 이전하기로 약속하지 않은 의미가 퇴색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일 위안부 비공개 내용. 연합뉴스
한일 위안부 비공개 내용. 연합뉴스
또 “(당시) 한국 정부는 공개된 내용 이외의 합의사항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소녀상과 관련해서는 그런 것이 없다고 하면서도, 정대협 설득, 제3국 기림비, ‘성노예’ 표현과 관련한 비공개 내용이 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면서 “한국 쪽은 협상 초기부터 위안부 피해자 단체와 관련한 내용을 비공개로 받아들였는데 이는 피해자 중심, 국민 중심이 아니라 정부 중심으로 합의를 한 것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TF는 보고서를 통해 “비공개 언급 내용은 한국 정부가 소녀상을 이전하거나 제3국 기림비를 설치하지 못하게 관여하거나 ‘성노예(sexual slavery)’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은 아니나, 일본 쪽이 이러한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이어 “2015년 4월 제4차 고위급 협의에서 잠정 합의 내용이 타결된 뒤 외교부는 내부 검토회의에서 4가지의 수정·삭제 필요사항을 정리했는데 여기 비공개 부분의 제3국 기림비, 성노예 표현 두 가지가 들어 있고, 공개 및 비공개 부분의 소녀상 언급도 포함돼 있었다”면서 “이는 외교부가 비공개 합의 내용이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합의에서 가장 큰 논란을 야기한 문구 중 하나인 ‘불가역적’이란 표현은 한국 측이 사죄의 불가역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먼저 거론했으나 합의에서는 당초 취지와 달리 ‘해결’의 불가역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맥락이 바뀌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TF는 “외교부는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쪽에 때때로 관련 내용을 설명했지만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확인, 국제사회 비난·비판 자제 등 한국 쪽이 취해야할 조치가 있다는 것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특히 “돈의 액수(일본의 피해자 지원 재단 출연금 10억엔)에 관해서도 피해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의 이해와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TF는 이번 검토를 통해 “한국 정부는 피해자들이 한 명이라도 더 살아 있는 동안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협의에 임했지만, 협의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정부 입장을 위주로 합의를 매듭지었다”면서 “2015년 11월 2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점을 감안,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위안부 문제를 타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내 타결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일 관계 악화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함으로써 미국이 양국 사이의 역사 문제에 관여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이러한 외교 환경 아래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 협상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조속히 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맞았다”고 밝혀 합의 배경에 미국의 개입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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