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첫날] “이게 꿈은 아니지”… 60년 만에 딸 본 아버지 입술을 떨었다

[이산가족 상봉 첫날] “이게 꿈은 아니지”… 60년 만에 딸 본 아버지 입술을 떨었다

문경근 기자
문경근 기자
입력 2015-10-20 23:02
수정 2015-10-2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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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눈물바다’

“총각으로 돌아가신 줄 알고 20년 동안 제사를 지내드렸는데….”

20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쪽에 있는 시아주버니 김주성(85)씨를 만난 조정숙(79)씨는 이 같은 소회를 밝히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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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눈물의 입맞춤
“아버지~” 눈물의 입맞춤 20일 강원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진행된 이산가족 상봉행사 단체 상봉에서 남쪽 이정숙(오른쪽)씨가 북측의 아버지 리흥종씨의 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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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감격의 악수
“누나~” 감격의 악수 20일 강원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진행된 이산가족 상봉행사 단체 상봉에서 남쪽 김복락(오른쪽)씨와 북쪽 누나 김전순씨가 손을 맞잡고 울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다른 사연을 가진 이산가족 남측 상봉단 389명은 이날 오후 3시 30분(서울시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 96가족 141명과 60여년 만에 재회했다. 헤어졌던 시간만큼 사연 많고 회한이 가득한 면회소는 가족들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반가움과 울음의 도가니가 됐다. 오후 2시 50분쯤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먼저 착석해 기다리는 남측 가족들 사이로 북측 리흥종(88)씨가 휠체어를 타고 들어서자 동생 흥옥(80)씨는 “오빠” 하며 매달렸다. 흥옥씨가 남측에 남겨졌던 흥종씨의 딸인 이정숙(68)씨를 오빠에게 “딸이야 딸”이라고 소개하자 흥종씨는 눈시울을 붉혔고 입술을 떨었다.

결혼한 지 1년도 채 안 돼 이별한 오인세(83)씨의 부인 이순규(85)씨는 눈물도 나질 않는다며 야속한 인생을 탓했다. 이씨는 오씨를 본 뒤 “이젠 눈물도 안 나온다. 평생을 떨어져 살았으니 할 얘기는 많지만 어떻게 (3일 만에) 다 얘기하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이씨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손목시계를 꺼냈다.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후회와 앞으로 함께 보낼 시간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시계 뒷면에 본인과 남편의 이름을 새겨넣었다.

북측 대상자 명단에는 북한 최고 수학자였던 고 조주경(1931∼2002년)씨의 아내 림리규(85)씨가 포함됐다. 림씨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장인 금강산호텔에서 남한에 사는 동생 임학규(80), 조카 임현근(77), 시동생 조주찬(83)씨 등을 만났다. 학규씨는 누나인 리규씨에게 “지금 누이가 몇이우?”라며 묻자 리규씨는 “나 여든여섯이야. 근데 등본엔 여든다섯이야”라고 답했다. 리규씨의 남편 조씨도 서울대 재학 중 인민군에 의해 북한으로 끌려갔다. 조씨는 김일성종합대학 교수이자 북한에서 최고의 과학자에게 주어지는 ‘인민과학자’ 칭호를 받은 유명 과학자다.

상상하기 어려운 오랜 시간의 이별 뒤 첫 상봉이 2시간 만에 끝나자 상봉장은 금세 서로를 부둥켜안은 가족들의 눈물로 가득 찼다. 짧지만 강한 첫 대면을 이어 간 남북 상봉단은 저녁 남측 주최 ‘환영 만찬’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한 차례 더 혈육의 정을 나눴다. 1차 상봉단장으로 방북한 김성주 대한적십자(한적) 총재는 환영사에서 “이산가족 한 분이라도 더 살아 계실 때 편지도 교환하고 자유롭게 상시 상봉하는 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는 것만이 고령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가 교전 직전까지 치달은 직후 가까스로 열린 이산가족 상봉 행사여서 그런지 북측 기자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북측 기자들은 또 남측 취재진이나 한적 관계자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말을 걸며 친근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앞서 북측 출입사무소(CIQ) 수속 절차 과정에서 북측이 남측 기자단 노트북에 대한 전수 검사를 요구하면서 일정이 지연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애초 북측은 노트북을 걷어 검사한 뒤 오후에 숙소로 가져다주겠다고 통보했으나, 기자단의 거부로 현장에서 검사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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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공동취재단·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2015-10-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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