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D-8] 선거 막판 ‘네거티브 함정’에 빠지다

[6·4 지방선거 D-8] 선거 막판 ‘네거티브 함정’에 빠지다

입력 2014-05-27 00:00
수정 2014-05-27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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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논문 표절·비리 연루까지 올해도 여전히 무차별 폭로

6·4 지방선거가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이라는 ‘악마’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주요 후보들은 저마다 ‘조용하고 깨끗한 캠페인’, ‘반성하는 선거’를 다짐했지만 자신들의 약속을 스스로 등지는 모습이다. 후보들은 ‘상대 후보에 대한 인물·정책 검증’이라고 강변하지만, 네거티브의 상당수는 당장 사실 확인이 어려운 데다 상대 후보의 이미지에 손쉽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도 예외 없이 ‘전가의 보도’처럼 동원되는 형국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맞붙은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가족을 소재로 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정 후보가 지난 24일 박 후보 부인 강난희씨의 출국설·잠적설을 제기하자 박 후보는 “정 후보의 부인과 아들 단속이나 잘하라”고 발끈했다. 앞서 정 후보 막내아들의 ‘미개한 국민’ 발언, 부인 김영명씨의 사전 선거운동 혐의를 물고 늘어진 것이다.

박 후보가 정 후보의 공격을 네거티브로 규정하자 정 후보는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네거티브의 장본인은 박 후보”라면서 “3년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1억원 피부과’를 다녔다고 했다. 네거티브에 거짓말까지 한 것을 본인이 해명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박범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이날 “새누리당 현역 의원이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공천 과정에서 한 후보자로부터 억대의 공천헌금을 받았다가 해당 후보가 낙천한 뒤 항의하자 뒤늦게 돌려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사자로 지목된 유승우 새누리당 의원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공직생활 40년 중 한 차례도 금전 문제로 구설에 오른 적이 없다”면서 “만약 그런 경우가 한 건이라도 있다면 바로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부인했다. 유 의원은 “동영상도 있다는데 새정치연합은 더 이상 근거 없는 협박을 하지 말고 실체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박 의원을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여야 백중세가 치열한 부산시장 선거전에선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의 측근 원전비리 연루 주장, 오거돈 무소속 시민후보의 논문 표절 공방이 뜨겁다.

네거티브 공방은 선거철마다 단골메뉴였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나 후보가 ‘1억원 피부과 논란’으로 박 후보에게 고배를 들었다. 그러나 실제 피부과 비용은 선거가 끝난 뒤 550만원으로 판명났다. 2012년 총선 때는 ‘나꼼수’ 멤버 김용민씨의 막말이 역풍을 몰고와 야권에 유리했던 총선 판도가 뒤집어졌다. 그해 대선에선 안철수 야권 후보 측 금태섭 변호사가 대학 동창 정준길 새누리당 공보위원의 전화통화 내용을 ‘협박’이라고 폭로하며 공방전이 펼쳐졌다.

네거티브 논란은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은 아니다. 2004년 미국 대선 때 당시 공화당 소속 조시 부시 대통령이 내보낸 선거 광고의 75%가 네거티브로 채워졌다. 반면 존 캐리 민주당 후보의 선거광고는 44%만 네거티브였다. 결과는 부시 후보의 승리였다.

네거티브와 후보 검증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모든 공세를 네거티브로 싸잡아 폄하하기 힘든 한계도 있다. 일반적으로 지지율에서 앞선 후보는 “네거티브 하지 말고 정책경쟁을 하자”고 하고 뒤진 후보는 “네거티브가 아니라 정당한 도덕성 검증”이라고 하는 풍경이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이유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인물·정책 검증과 네거티브를 제대로 구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더구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기까지 시간 차가 있기 때문에 허위 공격이었음이 밝혀진다 해도 승패를 뒤바꿀 수 없는 한계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거티브가 선거철마다 되살아나는 것은 “최저비용으로 가장 효과적인 선거 전략을 짤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배 본부장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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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14-05-2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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