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제사회 도움 받고 南 지원 손길 ‘외면’…왜

北, 국제사회 도움 받고 南 지원 손길 ‘외면’…왜

입력 2014-04-03 00:00
수정 2014-04-0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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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요청해 구제역 방역 지원을 받게 됐다. 반면 한국 정부의 지원 제의에는 한 달 넘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월 23일 FAO에 구제역 방역 지원을 요청했다. FAO는 현지 실사 후 최근 구제역 방역에 40만 달러(약 4억2천만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북한이 FAO에 도움을 청한 다음날 북한에 지원 의사를 전달하고 이를 위한 남북 실무접촉 개최를 제의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침략전쟁 훈련’으로 규정한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직접 지원을 받아들이는 것은 정치적으로 명분이 서지 않는 일일 수 있다.

게다가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이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한 비핵화를 강조하고 독일 드레스덴에서 ‘3대 대북제안’을 내놓은 것을 맹비난하는 상황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제기구 지원은 국제협력 차원에서 수용할 수 있지만, 특수관계인 남한의 지원은 다르다”라며 “특히 한미 군사훈련 기간이어서 북한 정권과 체제 존엄 유지 차원에서라도 지원 수용의 명분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군사훈련이 끝난 뒤에는 구제역이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 되거나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면 못이기는 척 지원을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내다봤다.

남북관계가 주춤한 상황에서 직접 지원이 부담스러운 것은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라고 규정한 이산가족 상봉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구제역 지원 카드를 꺼내긴 했지만 이를 제외하고 직접적인 인도적 대북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 대신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에 방점을 두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남북경협에서 국제 비정부기구(NGO) 또는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남북관계 상황, 지원물품 분배 투명성 문제, 5·24 대북제재 조치 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인도적 대북 지원이 단순히 어려운 북한 주민을 돕는 차원을 넘어 인적교류 등을 통해 주민들의 신뢰를 얻고 통일 기반을 닦는다는 의미가 크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직접 지원이나 국내 민간단체를 통한 지원이 재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내 59개 대북지원단체로 구성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의 이주성 운영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남북 동질성 회복을 위해서라도 인적교류, 남북간의 직접적 만남이 중요한데 국제기구를 통하면 북한 주민들은 한국이 지원한다는 것조차 알 수 없다”라며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고 신뢰를 쌓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국내 민간단체가 협력해 지원하는 것이 통일을 준비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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