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라기’ 오명 씻기

‘정권 바라기’ 오명 씻기

입력 2013-12-03 00:00
수정 2013-12-0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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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산적한 감사원 황찬현호

2일 황찬현 신임 감사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으면서 임기를 시작했다. 100일 가까이 이어진 원장 공석 사태가 끝났지만 안도와 환영을 만끽할 현실적 여유가 없다.

야당의 반발로 덧씌워진 ‘반쪽 감사원장’이라는 오명을 벗는 것도 나중 문제다. 시기상 내년도 주요 감사계획을 세우면서 ‘황찬현호(號)’의 정체성을 확실히 할 감사방향 설정을 동시에 진행해야 할 판이다. 인사청문회 당시 “국민과 기업을 고달프게 하는 민생비리, 서민의 삶을 허탈하게 만드는 고위직 비리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언급을 구체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황 원장은 취임사에서 지자체의 선심성 예산집행,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에 대해서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가장 엄중한 숙제는 감사원의 독립성·중립성 확보 방안이다. 감사원은 세 차례에 걸친 ‘4대강 감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정권 해바라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양건 전 감사원장도 퇴임사에서 “안팎의 역류와 외풍”, “독립성을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황찬현호의 성패를 가름할 잣대가 됐다. 황 원장은 “감사원의 독립성이 의심받게 되면 아무리 훌륭한 감사 결과라도 권위와 신뢰가 뿌리째 흔들린다”면서 “‘감사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는 굳은 결의로 스스로 외풍을 막아내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당시 그가 “감사원장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해야 한다”거나 “감사원이 대통령 견제기관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점은 정권에 대한 중립성에 의구심을 품게 한다. 특히 야권에서 꾸준히 주장하는 ‘국정원 감사’에 대해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일 경우 임기 초기부터 독립성과 중립성에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국정원 감사에 대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검토해 보겠다”고 말한 바 있어 명백한 논리를 세우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으면 야권에 번번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

감사위원 임명 문제도 숙제다. 양 전 원장이 감사위원 임명을 두고 청와대와 갈등을 일으켰다는 게 정설로 회자되는 만큼 감사위원 제청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임기를 함께하게 될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기조로 내세운 ‘비정상의 정상화’와 관련해 원전 비리와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 문화재 보존·관리 실태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 특히 서울시와 강남구가 대립하고 있는 ‘구룡마을 개발’ 감사 결과가 내년 상반기쯤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불가피해 보이는 것도 부담이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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