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말 한마디에..위안부 용어 ‘해프닝’

힐러리 말 한마디에..위안부 용어 ‘해프닝’

입력 2012-07-16 00:00
수정 2012-07-1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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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협 “본질 벗어난 논의..중요한 건 일본의 사과”

“20년 넘게 우리가 호소하는 것은 귀담아듣지도 않더니 힐러리 말 한마디에…지금이 용어 타령할 때인가.”

최근 며칠간 불거졌던 때아닌 ‘일본군 위안부’ 용어 변경 논란이 해프닝으로 끝났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모임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가 용어 변경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서면서 논의가 일단락된 것이다.

위안부 용어를 둘러싼 논의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군 위안부를 ‘강요된 성노예(enforced sex slave)’로 표현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로 촉발됐다.

클린턴 장관이 실제로 그러한 발언을 했는지는 아직까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이후 국내에서는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까지 용어 변경이 공론화될 조짐을 보였다.

지난 13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전체회의에서 민주통합당 심재권 의원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위안부 대신 성노예라는 표현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진 것은 그 대표적인 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이 “위안부라는 표현 자체가 과거 피해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만든 용어로 알고 있다. 지금이라도 용어는 살아계신 분들과 협의해서 바꿀 수 있다”고 답하면서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의 명칭 변경이 추진될 가능성에 대한 섣부른 관측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본질을 한참 벗어난 것이라는 게 위안부 피해자들의 지적이다. 위안부 용어 관련 논의는 이미 한참 전에 마무리됐으며, 문제의 핵심은 용어가 아닌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라는 것이다.

정대협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의 정식 명칭은 범죄 주체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피해자다. 일본이 저지른 범죄의 역사적 실상을 드러내기 위해 일본군이 썼던 위안부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되 인용부호를 붙였다는 설명이다.

이 표현은 1993년 아시아 지역의 일제 강점 피해국 시민단체들의 모임인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처음 사용됐다. 그전까지는 ‘정신대(挺身隊)’나 ‘종군(從軍) 위안부’ 등의 표현이 사용됐으나 적확한 용어는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위안부라는 용어 역시 피해자들의 고통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일본의 범죄를 가장 명확히 드러낸다는 이유로 2004년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재차 추인됐다.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16일 “위안부라는 표현은 지난 20여 년 동안 아시아 여성 피해단체들이 협의 끝에 가장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영어 표현 역시 우리는 오래전부터 ‘일본군 성노예(military sexual slave by Japan)’를 사용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클린턴 장관의 발언으로 이 같은 사실이 다시 한 번 환기되었을 뿐인데 우리나라로 건너오면서 엉뚱한 용어 변경 문제로 변질됐다”면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한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온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국회나 정부가 지금 용어 이야기나 할 때인가. 중요한 것은 용어 변경이 아니라 일본 정부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가 ‘일본군 위안부(comfort women)’의 국문 표현은 그대로 두고 영문 표현만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은 정대협의 이러한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피해 당사자들이 위안부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굳이 국문 표현을 ‘성노예’로 변경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현재 국제문서에 ‘so called comfort women’(소위 위안부)이라고 쓰이는 위안부의 영문 표현을 ‘sex slave’(성노예)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용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의 의견이며, 김성환 장관도 국회에서 그러한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애초에 국문 표현을 변경하는 방안은 특별히 검토되지 않았으며, 용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위안부 문제의 본질적 해결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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