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관 운영 시민, 北 찬양·고무했다는 이유로 기소당해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덤비는 정부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10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는 트위터에서 북한을 찬양ㆍ고무하는 글을 ‘리트윗’(재전송)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로 최근 구속 기소된 사회당원 박정근(23)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박씨는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 사진관을 운영해왔다. 트위터에 매일같이 글을 올렸으나 대부분 농담이거나 록 음악, 사진에 관한 내용이었다. 정치적인 글도 있었지만 특정 인물 등을 우스꽝스럽게 비꼬거나 풍자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그가 트위터에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글을 재전송한 것이 문제가 됐다. 경찰은 박씨의 집과 사진관을 압수수색하고 그를 불러 조사했다.
박씨가 북한 관련 게시물을 트위터에 여러 차례 올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일성 사진 앞쪽에 박씨의 친구가 성인잡지 모델처럼 누워 있다거나 북한 선전물에서 웃고 있는 북한 군인의 얼굴을 울상으로 바꾼 그림을 올리는 등 맥락상 북한 체제를 비꼬고 비판하는 내용이라는 것이 공대위의 설명이다.
’김정일 만세’ 등 표현을 쓰기도 했으나 이 역시 전체 맥락 안에서 보면 북 체제를 비판하는 가운데 반어적으로 나온 말이라고 공대위는 지적했다.
박씨가 사회당원이라는 점도 북한을 찬양할 의도가 없었다고 볼 증거라고 이들은 설명한다. 사회당은 과거 공개적으로 ‘반(反) 조선노동당’ 기조를 선언했었고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박씨가 구속되자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BBC 등 외국 주요 언론은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이며 국보법을 둘러싼 한국 내 논란을 소개하기도 했다.
금민 사회당 상임고문은 “이번 사건은 국보법이 정치적 신념과 농담의 자유까지 탄압하는 쪽으로 오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어처구니없는 코미디 같은 일로 권력이 농담에 얼마나 약한지 드러낸 사건”이라고 말했다.
공대위는 박씨의 보석을 신청해 놓았으며 앞으로 그의 석방을 촉구하고 국보법 폐지를 요구하는 1인 시위와 토론회 등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