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뒤흔드는 ‘안철수·박원순 현상’에 담긴 3대 키워드

한국정치 뒤흔드는 ‘안철수·박원순 현상’에 담긴 3대 키워드

입력 2011-10-28 00:00
수정 2011-10-2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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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생활정치·심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막을 내렸다. 커튼은 내려졌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안철수·박원순’이라는 두 주연 배우다. 지난 두 달 동안 이들은 온 국민을 사로잡았다. 때로는 감동으로, 때로는 분노로. 전에 없는 연기였다고 사람들은 열광한다. 이들이 무대 위에 남긴 흔적은 그만큼 깊고도 치명적이었다.

이른바 ‘안철수·박원순’ 현상은 선거 승리를 넘어 새로움으로 통칭됐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리더십, 새로운 문화였다. 기존 정치의 화법으로는 도무지 설명하기 힘들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를 따라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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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시장’ 첫 일정 수산시장 방문
‘시민 시장’ 첫 일정 수산시장 방문 박원순(오른쪽) 서울시장이 27일 새벽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아 상인에게 두 손을 흔들며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 방문은 박 시장 당선 후 첫 일정이었다.
연합뉴스


●소통 ‘안철수·박원순’ 현상은 ‘소통’이다. 정치적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두 사람의 등장은 이전과 결을 달리한다. 유권자들은 처음엔 정당에서, 그러다 정당 밖에서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민 스스로가 자신을 대변하는 후보를 직접 정치 무대에 세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현 정권의 독단, 불통이 심해지자 어느 때보다 소통에 대한 요구가 강했던 상황에서 안철수 원장을 시민들이 직접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여느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층의 취업, 학업, 미래 문제에 직접 개입해 수평적인 리더십을 발휘한 점, 백신·주식 무상배분 등에서 드러난 원칙의 미덕 등이 시민들의 정치적 소통을 이끈 것이다. 박원순 시장을 지지할 때도 참여, 변화, 양보 등 ‘아름다운 원칙’을 앞세우며 소통을 다졌다. 소통의 욕구는 선거 기간 내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 들끓었다. 대리할 수도 없고, 알바를 쓸 수도 없는 사적인 공간에서 시민들은 안 원장과 박 시장을 쉴 새 없이 불러내며 정치적 소통을 시도했다. 물론 밑바닥에는 불통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정권심판론이 함께 작동했다.

●생활정치 ‘안철수·박원순’ 현상은 생활정치의 진화로도 해석된다. 이제 시민들은 이념적 슬로건이 아니라 일상에서 정치를 바라보고 있다. 이 때문에 생활 환경에 맞지 않는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은 두 사람을 대안으로 삼게 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특정한 이념에 기초하지 않고 시대 변화에 조응하며 살아온 점에 열광했다.”고 바라봤다.

안 원장이 막판 지지 때 박 시장을 편들지 않고, 진영 대결을 유도하지 않았던 점이 대표적이다. 대신 투표와 참여, 변화 등 보편적 가치를 주장하면서 시민들에게 접속했다. 이는 단순히 젊은 층이 아닌 동시대 40대층에 어필하는 매력으로 작용했다. 2000년대부터 촛불시위와 선거 등 정치적 상황에 따라 시민들 자신이 스스로 통제하는 정치력을 길러온 부분도 생활 정치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심판 ‘안철수·박원순’ 현상은 분노에 대한 표출이기도 하다. 성장 위주의 사회, 중산층과 기득권층의 갈등이 깊어지는 구조가 만들어 낸 대안이다. 전형적인 세대 투표를 보였다. 계층 투표적 성격도 강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특권과 독점체제에 대한 저항과 다시 권리를 되찾아 오려는 대중적 의지가 압축된 것”으로 해석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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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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