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격돌 본격화] 정국 급속히 ‘식판전쟁’ 블랙홀로… 與도 野도 올인

[무상급식 격돌 본격화] 정국 급속히 ‘식판전쟁’ 블랙홀로… 與도 野도 올인

입력 2011-08-13 00:00
수정 2011-08-1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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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 ‘대선불출마’에 담긴 정치적 함의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모들에게 무상급식 주민투표 관련 긴급 기자회견 준비를 지시한 지난 11일 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오 시장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오 시장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 시간 오 시장은 홀로 회견문을 쓰고 있었다. 기자회견 직전인 12일 아침에야 통화가 이뤄졌다. “시장직 사퇴는 절대 안 돼요.” 홍 대표는 신신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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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오 시장으로부터 회견문을 받아든 참모들은 얼굴이 굳어졌다. ‘사퇴’ 표현은 들어 있지 않았지만, 문구가 너무 격앙돼 있었다. 멈칫하던 참모들은 떼로 오 시장에게 달려갔다. 오 시장은 이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회견문을 고쳤다. 거친 표현들은 그렇게 하나 둘 누그러졌다. 11일 밤부터 12일 아침까지 이어진 우여곡절 끝에 나온 회견문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나의) 거취 문제가 주민투표에 임하는 진심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에 2012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오 시장은 대선 불출마 선언을 통해 주민투표를 대선 등 정치적 이슈와 분리시켜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정국은 오 시장이 만들어 놓은 ‘식판 전쟁’으로 더 깊숙이 빨려들어갔다. 여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이번 투표를 ‘반드시 이겨야 할 투표’로 규정하고 있고, 야당은 투표 불참 운동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무상급식의 수준을 정하는 심판대에 이 나라 ‘정치’가 통째로 올려진 양상이다.

오 시장은 대선 불출마를 통해 진정성을 호소했고, 주민투표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데 성공했다. 수해와 금융위기 때문에 주민투표는 좀처럼 동력을 얻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오 시장은 불출마 카드로 그동안 주민투표를 시큰둥하게 바라본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들을 투표소로 끌어오는 효과를 기대했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오 시장이 친박계에 ‘박 전 대표와 경쟁할 뜻이 없으니 도와달라’고 SOS를 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투표 성립요건인 투표율 33.3%를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망이 밝지 않다. 서울 유권자 가운데 약 279만명이 투표를 해야 하는데,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서울 유권자는 268만명이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대선 때보다 더 큰 응집력을 보여야 오 시장이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오 시장은 여론의 흐름을 지켜본 뒤 일단 보류한 시장직 사퇴 카드를 내놓을 수도 있다. 오 시장은 최근 “시장직을 건다면 투표율이 5% 정도 높아질 수 있다는 예측이 있어 유혹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시장 보궐선거와 총선이 겹치면 더 힘들어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편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는 여권 내 대선 구도에도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우선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오 시장의 존재감이 크지는 않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박 전 대표의 위상이 공고해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면서 “경선보다는 본선에 더 신경이 쓰이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 시장의 불출마로 경선 레이스의 흥미가 반감된 것은 박 전 대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도 많다.

이제 친이(친이명박)계 후보 자리를 놓고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특임장관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당의 한 관계자는 “오 시장이 레이스에서 빠지면서 이들 3명이 부각될 수도 있지만, 박 전 대표와 격차가 더 벌어져 지리멸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오 시장의 주민투표 추진에 비판적 인식을 내보였던 김 지사는 “대선 불출마가 서울시민들이 오 시장의 진심을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이 장관은 기자회견에 앞서 전화를 한 오 시장에게 “어려운 결정을 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격려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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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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