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인사] “아버지 화마속 순직… 아들 소방관 지원 말릴 수 없었다”

[차관급 인사] “아버지 화마속 순직… 아들 소방관 지원 말릴 수 없었다”

입력 2011-07-22 00:00
수정 2011-07-22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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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직 첫 청장 이기환

애꿎다. 화재 신고 번호 119를 연상시키는 듯 그날은 하필 1월 19일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1986년 1월 19일 대구의 한 화재 현장에서 쏟아져 무너지는 불길에 그만 목숨을 잃었다. 40년 소방관 인생 동안 숱한 생명의 위기를 맞으면서도 꿋꿋이 버텨왔던 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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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환(오른쪽) 소방방재청장 내정자가 지난 4월 경북의 한 소하천정비사업장을 둘러본 뒤 관계 소방공무원에게 업무 지시를 하고 있다.
이기환(오른쪽) 소방방재청장 내정자가 지난 4월 경북의 한 소하천정비사업장을 둘러본 뒤 관계 소방공무원에게 업무 지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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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극의 서장
고 이극의 서장
게다가 64세 나이로 구미소방서장직을 맡고 있어 뜨겁게 날름거리는 불과 직접 싸울 필요도 없었다. 주민등록상 나이로 따져봐도 58세. 정년을 불과 2~3년 남겨뒀을 때였다. 매년 찾는 천안 중앙소방학교 소방충혼탑 306인 위패에 아로새겨진 아버지의 이름 ‘이극의’(李極義)를 볼 때마다 소방관의 사명과 운명에 대해 더더욱 간절하게 되새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의 아들도 지난해 공채 시험을 거쳐 소방관이 됐다. 강원도 진부 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이강민(30) 소방사다. 아버지인 자신의 입장에서 적극 권하지는 못했지만 말릴 수도 없었다. 그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끌림이 있음을 절감하고 또 절감했다. 늘 비상근무에 시달리고, 밥먹다가도 숟가락 내던지고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던 아버지를 보며 그 역시 도망치고 싶었지만 결국 어쩌지 못한 채 소방관이 되어버린 자신의 젊은 시절이 떠오른 탓이었다.

이기환(56) 소방방재청 차장이 21일 5대 소방방재청장에 내정됐다. 현직 소방직 공무원 출신의 첫 소방방재청장이다. 아버지의 40년, 아들의 1년 남짓, 그리고 자신의 34년. 모두 80년 가까운 세월, 3대를 이어가는 소방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적 인연’이 정점을 찍은 셈이다. 2004년 6월 소방방재청 출범 이래 5대 청장에 이르러서야 3만 6500여명 소방직 공무원들의 간절한 염원이 이뤄진 것은 물론이다.

최성룡 3대 청장도 소방관 출신이나 퇴직 이후 민간인 신분으로 청장에 취임, 현직 소방직으로서는 이기환 내정자가 최초의 청장이라는 게 방재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불과 사흘 전 사직서를 내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던 그로서는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이 청장 내정자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얼마 전 작고한 모친의 산소를 돌보러 오늘 아침 기차로 고향에 내려가는 길에 갑자기 통보를 받고 되돌아 왔어요. 저도 아직 어리둥절하네요.”라고 말문을 뗐다.

이 청장 내정자는 1978년 소방사로 첫걸음을 뗀 뒤 1980년 다시 2기 소방간부후보생이 됐다. 대구소방본부 소방행정과장과 부산소방본부장, 소방방재청 소방방재국장,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 등을 거쳤다.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난제가 산적해 있음은 이 청장 내정자가 더 잘 알고 있다.

최근 류충 충북 음성소방서장이 박연수 전임 소방방재청장의 업무 방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징계 대상이 됐고, 이러한 분위기에서 이 청장 내정자 역시 사직서를 던졌다. 수십년 동안 계속되어온 소방청 독립화를 요구하는 소방직 공무원들의 목소리는 요즘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소방직 출신으로 일반직 공무원을 아우르는 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 또한 엄존한다. 그는 “차장으로 2년 가까이 일해왔던 만큼 따로 업무를 파악하느라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일단 소방직, 기술직, 행정직을 조화롭게 아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뒤숭숭한 분위기를 추스르고 안정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데 방점을 찍겠다는 의미다.

다만 그는 “류 서장의 징계 건은 징계권자가 충북지사인 만큼 소방방재청장이 결정할 내용은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든 협조 요청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화재 진압, 구조, 구급 등의 소방방재 업무 중 구급 업무가 가장 많은 만큼 119 생활민원서비스에 더욱 역점을 두는 방향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라며 기존의 화재 진압 중심의 전임 청장 방침에 변화를 주겠다는 의사 또한 분명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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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이영남 서울시의원, 제기동역 1번 출입구 에스컬레이터 개통식 참석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11-07-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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