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쿠크법’ 지상논쟁] “과도한 면세, 과세체계 뒤흔들 수도”

[‘수쿠크법’ 지상논쟁] “과도한 면세, 과세체계 뒤흔들 수도”

입력 2011-02-21 00:00
수정 2011-02-2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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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반대’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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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한나라당 의원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
한나라당의 경제통으로 손꼽히는 이혜훈 의원은 지난 1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슬람 채권(수쿠크) 법안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과도한 혜택이 문제라는 것이며, 정부는 경제적 편익만 언급할 뿐 경제 외적인 부담에는 입을 닫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반대하는 첫 번째 근거는 수쿠크의 면세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형평성 문제에 있다. 법으로 면세를 인정하는 나라는 영국·아일랜드·싱가포르 등 3개국에 불과한 데다, 취득·법인세 정도만 받지 않아 정부가 추진하는 것처럼 모든 세금을 한푼도 안 내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면세는 쉬워도 과세 전환은 어렵다. 복지 혜택처럼 줬다가 다시 못 뺐는다.”면서 “미국 역시 자신들의 조세 체계를 훼손시키지 않는 원칙하에 과세 또는 면세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이유는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코란이 이자 수취를 금지한다는 이유로 이자 대신에 나눠주는 임대료나 배당금에 면세 혜택을 부여하자는 게 법 취지다. 이 경우 다른 외국 자금이 우리나라 부동산을 거래하면 취득·등록·양도세 등을 내야 하지만, 수쿠크 자금은 이런 부담이 전혀 없게 된다. 이 의원은 “면세를 해줘야 다른 채권과 똑같은 발행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정부 주장은 금융시장에 국한된 시각”이라면서 “부동산과 같은 실물시장에서 보면 과세 체계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 요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수쿠크를 채권으로 간주하지만, 과연 채권으로 볼 수 있느냐도 문제”라면서 “채권은 실물거래가 없기 때문에 수쿠크를 채권이 아닌 신탁 개념으로 보기도 하는데, 무조건 채권으로 인정하는 것도 과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시장 환경이 바뀌었다는 점도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정부가 수쿠크법을 처음 마련한 2009년 9월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에 있던 해외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 우려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로 과잉 유동성이 우려돼 국내로 유입되는 해외 자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 의원은 “이미 우리나라에는 30조원가량의 ‘오일 머니’가 들어와 부동산·주식시장에서 세금을 내며 투자하고 있는데, 이 자금이 수쿠크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우리 경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 문제와 연결지어 수쿠크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수쿠크가 오일 머니를 유치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다.”면서 “단순히 종교 갈등으로 비쳐지면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2011-02-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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