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생명 걸고 한국행 선택한 애국자”

YS “생명 걸고 한국행 선택한 애국자”

입력 2010-10-13 00:00
수정 2010-10-1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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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습사들이 앙상하게 마른 시신에 천천히 삼베 수의를 입혔다. 160㎝, 40㎏의 작은 체구가 유난히 왜소해 보였다. 그러나 하얀 면포 사이로 드러난 표정은 평온해 보였다. 고(故) 황장엽(87) 전 조선노동당 비서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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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황 전 비서의 명예 장례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영삼 전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황 전 비서의 명예 장례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사진공동취재단
황 전 비서 사망 사흘째인 12일 오전 11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지하 2층에서 입관식이 시작됐다. 입관식에는 황 전 비서의 수양딸인 김숙향(68)씨와 지인, 장례위원회 관계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입관 절차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염습사가 얼굴을 수의로 감싸기 전 “고인을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을 드리겠다.”며 한켠으로 물러났다. 의연하게 눈물을 참던 김씨가 고인의 목과 가슴 등을 어루만지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다른 지인들도 “편하게 가세요.”, “아버지”를 외치며 통곡했다. 장례식장은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됐다.

이날도 빈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후 7시까지 다녀간 조문객만 2100명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은 추산했다. 장의위원회 명예위원장을 맡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임태희 대통령실장,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등 정관계 인사와 탈북자 단체 회원들도 잇따라 빈소를 찾았다. 김 전 대통령은 고인에 대해 “남한에 와서 다른 사람을 접촉할 수 있게 됐을 때 그가 처음으로 만난 사람이 나”라며 “한 달에 한 번씩 점심을 같이 했다. 탈북한 뒤 부인과 아들이 자살하고 딸까지 모두 죽어 얼마나 외로웠겠나. 나랑 만나는 것을 큰 위로로 삼았다.”고 돌이켰다. 또 “해외에 갔을때 누가 목숨 위험하니 여기 망명하라고 하자 ‘그게 무서웠으면 내가 왜 한국 왔겠냐.’고 하더라.”며 “목숨걸고 한국행 선택한 훌륭한 애국자”라고 강조했다. 오후 9시 넘어 빈소를 찾은 이정국 천안함 전사자 유가족협의회 전 대표는 “북한에 친누나가 살고 있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 전 비서가 기거했던 서울 논현동의 안전가옥은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시신 검안 및 수습을 위해 경찰과 정보기관 관계자 등이 드나들면서 위치와 용도가 공개돼 안전가옥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대지면적 463.4㎡(140평), 연면적 278.94㎡(84평)에 이르는 이 주택은 땅값만 18억 2422만원, 실제 매매가는 3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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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10-10-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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