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원칙도 절차도 없다

재·보선 원칙도 절차도 없다

입력 2009-03-18 00:00
수정 2009-03-18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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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낙선인사 재기 무대… 새내기 진입 꿈도 못꾸어

‘기득권이나 특정 이해관계의 배제’, ‘미래지향적이고 개혁적인 인사’ 17일 민주당의 4·29 재·보선 공천심사위원회가 제시한 ‘공천 기준’이다. ‘주민과의 소통 중시’, ‘비리·부정 인사 제외’도 이 기준에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정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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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로 나섰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공심위가 가동되기도 전에 고향인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하며 당을 압박했다. 2003년 나라종금 로비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뒤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한광옥 전 의원은 전주 완산갑에 출마하겠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전주 덕진 출마를 노려온 채수찬 전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 전 장관의 출마 선언으로) 공정 심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면서 “예비 후보 등록도 안 한 상태에서 공정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다른 예비후보들도 초조함과 참담함을 호소하긴 마찬가지다. 지역 일꾼을 뽑는 국회의원 재·보선이 공천 과정에서부터 변질되고 있다.

공당(公黨)으로서, 또 정치인으로서 공천의 기본적인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 각종 선거에서 낙천·낙선한 거물들의 ‘고공전’에 당 공심위의 공천 기준은 무력화되고, 해당 지역의 새내기 정치인이나 인지도가 낮은 공천 신청자는 두터운 진입 장벽을 실감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경남 양산과 인천 부평을, 울산 북구를 오락가락하다 선심 쓰듯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대표가 여권 핵심으로부터 10월 재·보선 출마 등을 보장 받았다는 소문도 나돈다. 부평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김덕룡 청와대 국민통합특보는 “내 의사와 관계없이 18대 국회 진출이 (낙천으로) 좌절됐다.”며 재·보선에 대한 미련을 내비쳤다.

한나라당은 재·보선 후보 등록을 마치고도 “최종 결정은 유동적”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여당에 대한) 철저한 견제가 중요하다.”고 했다. 해당 지역의 민심은 도외시한 채, 양당 모두 승패를 가늠하며 전략공천을 꾀하겠다는 얘기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이번 4·29 재·보선에는 오로지 정당간 계산만 남아 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지난 18대 총선 때 나타난 총선 무관심은 상향식 공천의 후퇴가 불러온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다시 중앙당이 거대해지면서 지구당을 통한 민심 수렴에 큰 장애가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컨설팅업체 포스의 이경헌 대표는 “전략공천이라는 말에 해당 지역구 주민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누구를 위한 ‘전략’인지 알 길이 없다.”면서 “공천이나 출마선언 과정에서 지역 민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 공천은 이미 정치 게임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지운 홍성규기자 jj@seoul.co.kr
2009-03-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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