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연설서 국회 폭력에 직격탄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최근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간 폭력적 대립과 관련, “회의실 문을 부수는 해머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때리고 제 머리와 가슴을 때리는 것같이 아팠다.”고 말했다.이 대통령은 이날 새해 들어 처음으로 가진 라디오연설에서 “어떻게 이룬 민주주의인데 이렇게 국제적 경멸의 대상이 되다니 대통령으로서 정말 부끄러웠다.”며 정치권, 특히 야권을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국회 폭력사태는 우리 자부심에 찬물을 끼얹었을 뿐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불안케 만들었다.”면서 “온 국민이 지켜야 할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법을 무시하고 지키지 않는다면 과연 어떻게 법치주의가 바로 설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혹시 아이들이 보면 어쩌나, 외국인들이 보면 어쩌나 마음 졸인 것이 비단 저만이 아닐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작심한 듯 국회를 향해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 대통령이 전에도 국회를 비판한 적이 있지만 노골적으로 국회를 향해 고강도 정치개혁 필요성을 역설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말 방송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등 핵심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과정에서 발생한 국회 폭력사태를 겨냥한 것이지만 국회 운영 전반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이 야당의 반발을 예상하고도 이처럼 국회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집권 2년차를 맞아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를 걸려는 사전포석의 의미가 담겨 있다. 폭력국회에 대한 ‘싸늘한’ 국민의 시선을 우군 삼아 국회를 확실하게 견제하고 개혁함으로써 국정장악의 강력한 추동력을 확보하려는 뜻이 깔려 있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거대 여당으로서 각종 민생·개혁 법안 처리과정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실제로 올해 첫 라디오연설의 주제를 정치 문제로 정하는 데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이 대통령이 연설팀에 강한 메시지를 주문하고 실제로 강한 문구를 직접 넣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그동안 수차례 국회에 법안 처리의 협조를 요청했는데도 결과는 좋지 않았다.”면서 “이 대통령이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이고 한나라당에도 불만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2009-01-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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