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회의해도 말짱 헛방” 李 “갈라진 사회를 통합”

盧 “회의해도 말짱 헛방” 李 “갈라진 사회를 통합”

구혜영 기자
입력 2008-01-10 00:00
수정 2008-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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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무대 ‘떠나는 者 vs 오르는 者’ 심경 드러낸 행보

“회의해 봤자 말짱 헛방 아니냐.”(노무현 대통령)

“통합을 이루는 대통령이 되겠다.”(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권력무대를 떠나는 이와 오르는 이의 심경이 극명하게 교차하는 하루였다. 듣기에 따라서는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기싸움으로도 받아들여진다.

9일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참여정부 마지막 연간 경제점검회의에서 임기를 한 달여 남긴 ‘떠나는 자’의 착잡함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회의에 앞서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올해 경제전망과 경제 운용방향을 설명하려 하자 “우리가 올해 경제운용 방향을 얘기해 봤자 말짱 헛방 아니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 대통령은 “(회의를)안 하려니까 사보타지하는 것 같고 게으름을 부리는 것 같고, 하려니까 계속 정책을 안 할 사람이 보고받는 게 좀 이상하다. 공부나 하자.”고 푸념했다.

권력의 허무함이 묻어나는 맥빠진 언급으로 들리지만 인수위측이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근간을 뒤흔드는 데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회의 뒤 “정권교체기에 금융과 부동산 시장, 물가 등 경제상황 점검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사회보험 통합징수법, 임대주택법 등 참여정부 임기 내 마무리해야 할 주요 정책 입법을 임시국회에서 마무리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청와대 홍보수석실도 브리핑 자료를 내고 “인수위측이 ‘참여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유동성 관리와 주택 공급을 소홀히 했다.’며 왜곡된 평가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 당선인은 새 무대의 주연을 맡는 자신감으로 넘쳐났다.

이 당선인은 이날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최 당선 축하연에서 “우리 사회가 갈기갈기 찢어져 있다.”면서 “모든 분야에서 하나가 되는 큰 변화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사회통합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우리 사회는 가를 수 있는 모든 것이 갈라져 있다. 지역적으로도, 세대 간에도, 이념적으로도 도대체 가를 수만 있다면 다 갈라져 있다.”고 전제한 뒤 “그동안 갈라져서, 찢어져서 이익 받는 사람들이 권력을 갖고 권력을 유지했다.”고 참여정부를 평가절하했다. 이어 “모든 것이 갈라져서는 힘을 쓸 수 없고, 갈라져서 힘을 쓰면 앞으로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고 미래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로 통칭돼 온 민주개혁정부 10년의 집권기를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들린다.

이전 정권이 이념과 지역, 세대 갈등을 통해 권력을 유지해 왔지만 자신은 이를 뛰어넘어 통합을 이루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집권 초기부터 ‘이명박식 패러다임’을 확고히 구축하겠다는 의중도 담겨 있는 것 같다. 이 당선인은 그러면서 “예수님이 이 땅에 섬기는 마음으로 오셨듯이 국민에게 매우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면서 “제가 장로로서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종교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장로가 대통령이 돼서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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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2008-01-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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