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지불·조기철군 ‘이면 합의’ 했을수도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한국인 피랍자의 석방 조건으로 내건 것은 ▲아프간 파견 한국군의 연내 전원 철수 ▲아프간에서 일하는 한국 민간인 8월안 전원 철수 ▲기독교 선교단 아프간 파견 중단 등 3가지인 것으로 전해진다.우리 정부도 이들 3가지 합의 사항에 대해서만 언급했을 뿐 추가 합의 사항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국제여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40일 넘게 피랍자들을 억류하고 있던 탈레반측이 이처럼 ‘평이한’ 요구조건이 충족됐다는 이유로 한국정부의 석방요구에 선뜻 응했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인질-수감자 맞교환’ 요구를 고수했던 탈레반의 최근 협상태도에 비춰봐도 석연찮은 구석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가 몸값 지불과 아프간 주둔 한국군의 조기 철군을 이면으로 합의해 준 게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탈레반은 피랍사태 초기부터 인질 석방의 조건으로 몸값 지불 요구를 거두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명분’을 중시하는 탈레반 강경파가 수감자 석방을 전제조건으로 내걸면서 내부 갈등이 노출되긴 했지만 미국 정부의 묵인 없이 ‘수감자-인질 교환’이 성사되긴 어렵다는 사실은 탈레반측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선 몸값 지불로 탈레반에 ‘실익’을 안겨주면서 아프간 주둔 동의·다산부대의 조기철군 카드로 강경파의 ‘정치적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돼 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28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납치단체의 요구사항과 관련해 아프간 정부 입장을 감안해 실현가능한 방안을 제시하면서 성의있게 노력해 왔다.”고 말해 몸값을 지불했을 가능성을 남겨 놓았다.
파병 주무부처인 군과 국방부도 정부 결정이 내려진다면 언제든 아프간 주둔부대의 조기철군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군의 한 관계자도 27일 “다산·동의부대는 비전투부대인 데다 병력이 200여명에 불과해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철수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현재 임무 수행 중인 다산·동의부대원의 파병기간 6개월이 끝나는 10월 초에 철군하거나 병력을 1·2·3진으로 나눠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카드를 제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선 다산부대를 먼저 철수하고 현지인 의료지원으로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동의부대는 연말까지 주둔시키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2007-08-2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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