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착각과 오만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착각과 오만

입력 2007-02-24 00:00
수정 2007-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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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위증 교사’ 의혹으로 촉발된 도덕성 검증 공방은 대체적으로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의 지지율 동반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예상대로다.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은 이 의혹이 사실일 거라고 믿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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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 역시 하락한 것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이 전 시장이 죽을 쑤면 박 전 대표가 이득을 봐야 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국민들은 이번 파문이 ‘박 전 대표와 무관’보다는 ‘박근혜 배후설’에 좀더 무게를 두는 것 같다. 이 전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 출신인 김유찬씨의 잇따른 폭로 뒤에는 박 전 대표 캠프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또 과거사 캐기에 치중된 네거티브 검증 공방에 대해 국민들이 식상한 측면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전 시장의 떨어진 지지율이 박 전 대표에게 흡수되지 않은 채 부동층으로 유입되고 박 전 대표의 지지율마저 하락한 것은 무슨 의미를 띨까. 물론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다지 대세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박 후보가 끝내 갈라서고 독자 출마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과반으로 나온 것은 지지율 동반 하락과 관련은 없을까.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70%를 넘나든다. 범여권 후보군 중에서 5%를 넘는 후보는 없다. 과거 대선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 독자 출마론이 양 캠프에서 힘을 얻는 이유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할 경우 손학규 전 지사도 가만히 앉아서 당을 지킨다고 보기 어렵다. 그야말로 사분오열이다.

바로 이 가능성이 이·박 후보의 지지율 동반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다시 말해 혼자 잘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경고인 셈이다. 섣부른 착각과 오만을 그만두라는 시그널이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지금은 별반 차이가 없는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하락할 공산은 얼마든지 있다. 더구나 여러 갈래인 범여권이 연말쯤 단일후보를 내세울 가능성은 충분하고 결과적으로 올 대선도 오차범위 내에서 승부를 다툴 것으로 보인다.

지난 네 번의 대선도 ‘분열은 패배, 통합은 승리’라는 방정식을 실증적으로 가르쳐 준다.13대 대선에선 양김(김영삼, 김대중)의 분열로 노태우 후보에게 승리를 헌납했고,14대 대선에선 김영삼 후보가 3당 통합의 승부수로 여유 있게 대권을 거머쥐었다.15대 대선은 분열과 통합이 공존했다.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후보가 갈라선 반면 김대중 후보는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DJP연합을 이끌어내 권좌에 올랐다.16대 대선은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에 성공한 것이 결정적 승인이었다.

당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후보들에게 끌려가는 ‘나약한 조정자’여서는 곤란하다.3월10일이 활동 시한인 경선준비위원회도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할 것이다. 각 후보가 일찌감치 대권·당권 분리 선언을 하고, 특히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18대 공천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지금 양 캠프의 사생결단식 행태는 따지고 보면 대통령직 인수위가 18대 공천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 전 시장도 이번 의혹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직접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것들을 당이 주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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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han@seoul.co.kr
2007-02-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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