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서울대서클 선후배로 인연 관료·운동 딴길… 17대초선 재회
서울대 독서토론회 ‘청넝쿨’에서 태동한 연합서클 ‘대학문화연구회’(대문)의 진화(?)과정은 우리 학생운동사의 한 단면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그 속에는 자연발생적이고 리버럴한 분위기에서 만들어진 독서토론회가 차츰 목적의식적이고 사회변혁운동을 지향하는 집단으로 탈바꿈하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갈등과 몸부림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한나라당 김충환 의원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의 만남과 헤어짐, 재회라는 인연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만남:독서회 선후배로 조우
당시 대학원 2년생이었던 김 의원은 신입생 심상정을 이렇게 기억한다.“얼굴이 귀엽고 인상이 좋았어요. 붙임성도 있어 선배들을 잘 따랐죠.”
심 의원은 ‘독서회 원로’인 김 의원에 대해 “서클 미팅 때 1기 선배로서 참석하곤 했는데 세련되고 원숙한 모습이었습니다.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장래가 촉망되는 이미지였죠. 노선 갈등을 겪는 순간에도 ‘다양성’을 강조하며 통합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헤어짐:행정고시 vs 노동운동
여학생회를 세우며 학생운동에 몸을 담던 심 의원은 80년 말 노동현장으로 ‘존재 이전’을 감행했다.‘대동전자’ ‘남성전기’ 등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관념이 아닌, 실제 ‘블루 칼라’로 거듭난다. 이후 85년 구로 동맹파업, 서울노동운동연합 결성,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발족 등에 큰 역할을 하면서 정통 노동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1984년부터 10년간 수배를 받았던 심 의원은 “구로동맹파업 당시 전태일기념사업회에서 일하고 있는데 텔레비전 화면에서 ‘1계급 특진에 500만원 포상금’이 걸린 제 얼굴을 봤습니다.”라며 “국가보안법·쟁의조정법 등 9가지 죄목이 걸려 있더군요.”라고 회고한다.
반면 김 의원은 78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6년 동안 소비자 보호 운동에 몸담았다.‘소비자 보고서’ 잡지를 발행하고 부정기업 조사, 불매운동 등을 추진했다. 이후 정통 관료 코스를 밟다가 지자체 선거 1·2·3기에서 서울 강동구청장을 역임했다.
딴 길을 걸은 두 사람은 ‘대문’ 정기 모임에서 간헐적으로 만났지만 데면데면한 관계였다. 김 의원은 “상정이의 말수가 많이 줄었더라고요. 확고한 신념에 따라 금속노조 사무총장 등 노동운동에 온 몸을 던져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기특하면서도 존경심마저 들더라고요.”
심 의원은 “정기모임을 통해 ‘대문’ 식구들의 안부를 확인하곤 했는데 아마 제가 가장 ‘변종’이었을 겁니다. 그래도 김 선배는 이념적 성향을 가리지 않고 많은 후배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갖고 늘 격려했습니다.”
●재회:17대 국회에 정계 입문
비록 삶의 한 길목에서 주류와 비주류로 갈라섰지만 두 사람은 그 속에서 정통 코스를 밟아오다가 17대 국회 초선의원으로 조우했다.
김 의원은 첫해 당 지방자치특위 위원장을 맡아 행정중심복합도시 등 굵직한 사안에서 당론의 틀을 세웠다. 올해 정기국회부터는 문화관광위로 옮겨 맹활약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의원단 수석부대표인 심 의원은 당의 ‘얼굴’ 노릇을 하면서 경제 관련 토론회에 단골로 참석했다. 최근 두 사람은 북한을 앞다퉈 방문하기도 했다.
2년째 접어든 의정활동을 놓고 선배는 후배에게 “소수인 민노당에서 여러가지 일을 맡아서 눈부시게 활동한다.”라고 덕담을 건네면서도 “계속 정치활동을 하려면 끊임없이 공부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후배는 선배에게 “비록 세계관이나 실천공간은 달라졌지만 강동구청장 3선이라는 풍부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활발한 의정활동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비친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2005-10-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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