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도청 X파일 파문] 홍대사, 불법도청 대응질문에 “글쎄”

[안기부 도청 X파일 파문] 홍대사, 불법도청 대응질문에 “글쎄”

이도운 기자
입력 2005-07-23 00:00
수정 2005-07-2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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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이도운특파원|홍석현 주미대사가 벼랑끝에 몰렸다. 대사직은 물론 언론사 사주로서 쌓아온 명예도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지난 2월 취임 이후 재산과 병역 문제로 곤욕을 치렀고 최근에도 유엔 사무총장 출마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홍 대사는 다음주 기자회견을 열어 MBC가 보도한 지난 97년 불법 대선자금 논의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다음은 22일(현지시간) 오전 출근 직전 서울신문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가진 일문일답 내용이다.

▶MBC보도를 보았는가.

-서울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국정원을 상대로 불법 도청에 대한 대응을 검토 중인가.

-글쎄….

▶앞으로의 대응 방향은.

-MBC가 방송한 녹음테이프와 관련한 모든 문제에 대해 다음주에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겠다.

홍 대사는 출근 직후 오수동 홍보공사를 사무실로 불러 기자회견 개최 방안을 협의했다. 주미대사관 직원들은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일부 직원들은 홍 대사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후임 대사의 인선에도 촉각을 기울였다. 벌써부터 참여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전 장관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취임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은 홍 대사가 물러날 경우 “미국측이 뭐라고 하겠느냐.”며 우려를 표명하는 의견도 있었다.

홍 대사측은 지난 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의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을 만나 선거자금 제공 등에 대해 대화한 내용이 특히 현 시점에서 언론에 공개된 배경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사는 전날인 21일 오후 이번 사건의 한 당사자격인 정보기관의 관계자로부터 장시간 보고를 받았다. 평소에 언론을 피하는 적이 거의 없었던 홍 대사는 MBC가 첫 보도를 한 21일에는 대사관으로 찾아온 기자들을 만나주지 않았다. 대신 점심 식사를 하러 갈 때와 퇴근할 때 등 두 차례 잠깐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보도된 내용은 맞나.

-너무 오래전 일이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여러분은 8,9년 전의 일이 기억나나.

▶이학수씨와는 자주 만나나.

-그때야 가끔 볼 수 있는 사이였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은 왜 했나.

-이상한 테이프가 있다는데, 그것을 틀겠다니까…. 삼성에서 그렇게 판단해서 했다. 나는 대리인을 통해 한 것이고.

▶권익 침해 소지 때문인가.

-테이프의 내용이 어떻든 사적인 자리의 대화가 공개되는 것을 즐겁게 받아들일 사람이 어디 있나.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된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나.

-여러분 같으면 어땠겠나.

▶이 사건을 처음 취재한 MBC 이상호 기자가 찾아온 적이 있나.

-일면식도 없다. 이름만 알게 됐다.

▶MBC측에서 반론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를 받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떻게 반론을 하나.

▶왜 이런 사건이 불거졌다고 보나.

-나도 짐작하는 바는 있지만 얘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얘기한 것이 맞지 않으면 그쪽에서 불편해할 수도 있으니까.

▶앞으로의 대응은.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하는 거지…. 하늘의 뜻으로 생각한다. 내 인생에 있어서 어떤 것이 좋은 건지 알 수 없지 않은가.

dawn@seoul.co.kr
2005-07-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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