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징용자 유골’ 조사] 日 ‘한국인 유골’ 알고도 방치

[韓·日 ‘징용자 유골’ 조사] 日 ‘한국인 유골’ 알고도 방치

입력 2005-05-05 00:00
수정 2005-05-0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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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 봉환은 최우선 해결책이 아니다.”

4일 한·일 양국 정부가 일제 말기 태평양전쟁 당시 강제로 끌려갔다가 희생된 한국인 피해자들의 유골문제 해결에 나서자 유족과 전문가들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된 지적을 내놨다. 일본의 유골정책은 자국민 보호책의 일환으로만 진행돼 왔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인 유골이 매몰된 사실을 알고도 발굴하지 않았거나 사찰과 지방자치단체가 소장하고 있는 관련자료에 대한 조사·공표작업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지난 1948년부터 일부 봉환이 이루어졌지만 사망자의 신원과 사망원인 등이 파악되지 못한 상황에서 ‘봉환’에만 초점을 맞춰 수많은 문제점이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사망자 명부 발굴과 신원 확인, 유족확인, 미발굴 유해의 발굴작업 등 철저한 실태조사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들리고 있다.

●희생된 한국인 20만∼60만명

유골문제는 지난 60여년 동안 피해자의 정확한 수치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것부터 시작된다.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제 말기 강제동원됐다 희생된 한국인의 숫자는 20만∼60만명으로 추산될 뿐이다.

정혜경 일제하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 조사1과장은 “강제연행 시기 동원인력에 대한 부조규정은 마련돼 있지만 유골처리에 관한 규정은 없고 일부 기업들이 규정을 마련했다고 하나 규정에 따라 처리했다고 자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망자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거나 위패와 유골이 합산돼 봉환된 경우, 관리부실로 썩은 유골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국제연대협의회에 참석했던 한 일본인 학자는 일본의 ‘자국 중심적인 유골수집’ 문제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일본 후생성은 지난 1967년부터 2004년까지 유해수집사업의 예산을 153억 7000만엔으로 산정했지만 조선인 유골문제는 제외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 과장은 “무엇보다 유족들이 유골문제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은 큰 문제”라면서 “지난 2002년 일본 홋카이도지방에서 발굴된 유골사태는 가장 인도적으로 처리해야 할 유골문제를 얼마나 방치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실태조사가 급선무

전문가들이 유골봉환 사업을 연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문제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김창록 건국대 교수는 “유골의 사망과정과 원인을 규명하고 강제 동원된 지역의 미발굴 유골조사, 유류품 명부 등의 관련자료를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유족 확인이 될 경우 봉환의사를 물은 뒤 예의를 갖추는 것은 물론, 무연고 유골을 망향의 동산에 안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산 영산대 최영호 교수는 “이번에도 봉환중심으로만 이루어지게 되면 경색된 한·일관계를 외교적으로 타결하는 결과만 초래해 일본의 전후 책임을 자유롭게 하는 데 일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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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2005-05-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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