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국회 ‘의원외교’도 파행

파행국회 ‘의원외교’도 파행

입력 2004-12-18 00:00
수정 2004-12-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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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로 개원 201일째를 맞은 17대 국회의 의원외교 활동은 사실상 ‘폐업’ 상태다.81개국을 대상으로 하는 외교단체 가운데 단 한군데만 문을 열었다. 나머지 80개 단체는 ‘장(長)’을 누가 차지하느냐를 놓고 여야가 지루하게 잇속 다툼을 하느라 구성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보다 못한 외교부장관이 국회에 외교단체를 신속하게 구성할 것을 ‘읍소’했지만 여야는 4대입법과 예산안 처리 등을 놓고 정신없이 싸우느라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다.

우리 국회가 외국 의회를 상대로 하는 외교단체는 81개로 그 성격에 따라 세 종류로 분류된다. 유일하게 운영되는 ‘한일의원연맹’은 독립법인의 성격으로 183명 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도쿄에서 30차 합동총회를 열어 김포∼오사카, 부산∼하네다 항공 노선 신설과 같은 ‘가벼운 주제’부터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북핵문제 등 묵직한 이슈도 다뤘다. 나머지 80개 단체는 아직 구성하지도 못해 활동이 전무하다. 미국·중국·러시아·EU 등 4개 주요국을 대상으로 하는 ‘의원외교협의회’나 브라질·인도·싱가포르 등 76개 국가와 맺는 ‘의원친선협회’ 모두 문조차 열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알짜배기 협회를 누가 차지하느냐를 놓고 여야가 눈치작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국회 파행도 한 몫을 차지한다. 여야 합의가 가장 중요한 구성 원칙이기 때문에 싸움박질만 하는 현 상황으로는 사실상 연내에는 의원외교가 출범하기조차 어려운 상태다. 결국 이로 인해 여야는 미 대선이 끝난 직후 부랴부랴 ‘의원방미외교단’을 구성해 ‘변칙 의원외교’를 폈을 정도다. 그뿐만 아니라 양 교섭단체 지도부가 ‘표 단속’ 차원에서 출국 자체를 금기시하기 때문에 그나마 약속이 잡혔던 각종 외교행사도 줄줄이 취소되는 실정이다.

의원 외교가 사실상 차단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 의원회의 참석차 유럽에 다녀온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은 “그동안 친선협회가 죽 해온 일이 있는데,17대 국회 들어 우리쪽에서 구성이 안돼 의원간 외교 채널이 끊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국회 국제협력과의 한 관계자도 “각국 대사관에서 방문 요청도 많고, 협회 구성여부도 자주 문의하고 있지만, 우리쪽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우려가 계속되자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 출석해 “국회가 의원 친선협회를 조속하게 구성해달라.”고 호소했다.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의 김성주 교수는 “각종 의원 외교단체가 출범조차 못한 것도 문제지만, 외국에 나가서 여야가 서로 딴소리를 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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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2004-12-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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