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혐의 이씨 전화인터뷰

간첩혐의 이씨 전화인터뷰

입력 2004-12-03 00:00
수정 2004-12-03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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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에 해(害)될 일 한 적 없습니다. 아직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탈북자 출신 간첩혐의 사건’의 당사자인 이모(28)씨는 2일 밤 기자와 30여분 동안 통화하는 내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아직 국가보안법이 서슬 퍼렇게 살아 있는데 ‘간첩’의 신분이라면 결혼하고 직장생활을 6개월 동안 할 수 있겠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이씨는 “수많은 탈북자 가운데 나만큼 이땅에 뿌리내리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도 드물 것”이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집 근처에 직장이 있는 이씨는 새벽에 출근해 밤 10시 이전에 퇴근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주5일제 회사라 주말에는 쉬지만 그 시간도 아까워 토·일요일에는 건설현장에 나가 일당 9만원을 받는 일용직 노동자로 일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씨는 “살다 보니까 우리 탈북자들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도 많은 걸 알았다.”면서 “나도 힘들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 독거노인 4명을 돕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사건이 알려진 뒤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와 하루종일 집앞에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 때문에 이날 회사도 조퇴하고 집에도 들어가지 못했다는 이씨.‘인민군’ 출신의 아내와 단둘이서 위로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가장 걱정된다며 한참 동안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이씨는 현재 대전 모 주공아파트 11평에서 부인 이모(25)씨와 함께 살고 있다. 임신 4개월인 부인도 탈북자로 지난해 하반기 결혼했다.

대전 이천열·서울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2004-12-03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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