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위헌 파장] 출렁이는 정국 어디로

[수도이전 위헌 파장] 출렁이는 정국 어디로

입력 2004-10-22 00:00
수정 2004-10-2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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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 또 한번 출렁이기 시작했다.21일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은 노무현 정부의 정책 골간을 뒤흔드는 메가톤급 파괴력으로 여권을 강타했다. 충격파는 여권에만 그치지 않는다. 여야간 극한투쟁에 돌입한 정국뿐 아니라 정부와 서울시의 대치구도, 충청지역 동요 등 국토와 민생 전반에 위헌 결정의 충격파가 미친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정…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정…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던 사람들이 위헌 결정이 내려지자 일제히 만세를 부르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수도이전 위헌결정은 당장 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의 통치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 “정권의 명운을 걸겠다.”고 했을 정도로 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참여정부 탄생의 핵심 동력(動力)이었고, 집권 후 국정 운영의 출발점이었다. 참여정부가 국정방향으로 설정한 ‘지방분권시대의 개막’도 수도 이전을 뿌리로 삼고 있다. 이제 노 대통령은 밑그림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단기적으로 여권은 통치력의 상당부분을 행정수도 이전 혼란 수습에 쏟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따라서 다른 현안, 즉 국가보안법 폐지와 과거사기본법 제정, 사립학교법 개정, 언론관계법 제·개정 등 여권이 심혈을 기울여 온 ‘4대 입법안’의 정기국회 처리는 여력 부족으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정국 주도권의 상당 부분이 한나라당에 넘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이번 위헌 결정이 노 대통령에게 정국 반전의 전기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헌재 결정에 대한 여권의 반발기류부터가 우선 심상치 않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헌재 재판관들의 ‘보수성’을 문제삼으며 내년 끝나는 일부 재판관들의 임기를 거론하는 등 원색적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저녁 긴급 소집된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는 국회의 개헌절차 없이 국민투표로 ‘관습헌법’의 수도 개념을 바꾸거나 청와대만 빼고 정부부처를 이전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모두 위헌 결정에 그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자세다.

여권은 당분간 4대 입법안 처리와 관련한 정국 흐름과 여론 추이를 지켜보면서 위헌 결정의 대응책을 찾을 듯하다. 이 과정에서 정국의 전면에서 한발 비켜서 있던 노 대통령이 헌재 결정을 계기로 정국의 중심에 복귀, 정국변화를 주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의 ‘승부사’적 기질을 감안할 때 적절한 시점에 2002년 11월 후보 단일화, 지난 3월 탄핵 때처럼 국민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다.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직접 맞부닥치면서 2002년 대선과 올해 탄핵국면 때의 친노 대 반노, 진보 대 보수진영의 대립이 심화되는 정국구도가 재연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는 곧 대선을 방불케 하는 한나라당과의 전면전을 뜻한다. 행정수도를 이전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넘어 현 정권을 지지하느냐, 마느냐의 선택을 국민들이 강요받을 수도 있다.

이를 감안하면 한나라당으로서도 헌재 결정에 박수만 치고 있을 수는 없을 듯하다. 엉뚱한 방향에서 ‘부메랑’으로 날아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행정수도 이전은 철회가 아니라 중단된 것이고, 따라서 차기 대선을 겨냥한 정치권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휴화산’으로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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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2004-10-22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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