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재계총수 회동] 재계 ‘보따리’ 내용과 득실

[청와대 재계총수 회동] 재계 ‘보따리’ 내용과 득실

입력 2004-05-26 00:00
수정 2004-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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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노무현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청와대 회동 직후 재계와 경제단체들은 속속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의지를 구체화했다.정부도 재계의 요구에 성의를 보이는 등 정·재계가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지난 15일 담화에서 ‘경제위기 과장’을 지적한데 이어 이날도 “언론과 경제단체에서 제기되는 경제의 어려움이 핵심에서 비켜나 있는 것 아니냐.”고 강조한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재계 화답속 난감한 표정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들이 밝힌 의욕적인 투자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직접 챙길 예정”이라며 “투자를 독려하고 실적을 점검하며 규제완화나 제도개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출자총액제한 폐지,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반대 등을 줄기차게 요구해 온 전경련은 “‘핵심에서 비켜나 있는 게 아니냐.’는 대통령의 발언을 전해 듣고 “거북한 건 사실”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전경련 강신호 회장은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허심탄회하게 서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눠 유익했다.”고 전했다.

삼성은 회동에 따른 후속대책으로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수립,27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올해 투자와 신규 채용을 당초 계획보다 확대 실시하는 것을 포함,앞으로 3년간 반도체·LCD·PDP·휴대전화 등을 중심으로 한 투자계획,신규 고용 계획 및 협력회사와 소외계층 지원 확대 방안 등이 구체화될 예정이다.

LG도 2010년까지 연구개발(R&D)에 30조원을 투자,세계 3대 전자·정보통신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만큼 회동을 계기로 더욱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올초 발표한 사업계획 기조를 유지하면서 개별기업 차원의 협력방안을 검토키로 했다.올해 R&D 투자 2조 4800억원을 포함,총 5조 88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추진해 왔으며 대졸 신입사원 공채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200명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이날 회동에서 국가차원의 안정적 원유공급을 위해 해외유전 개발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앞으로 이 부분에 총력을 기울이고 투자와 신규채용도 당초 계획보다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SK는 회동 직후 계열사 사장단 회의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개최하고 정부의 경제운용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포스코는 향후 5년간 예정된 총 투자비 13조 5000억원 중 80%를 국내 철강설비에 투자,침체된 국내 산업을 활성화하고 총 7만명의 고용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올해부터 2008년까지 국내 철강부문의 설비합리화와 생산능력 증대 등을 위해 총 10조 7000억원을 투자하고,특히 올해는 총 투자액 2조 8000억원 가운데 2조 3000억원을 국내 철강부문에 투자할 방침이다.

재계의 얻은 것과 잃은 것은?

재계가 이번 회동을 통해 얻은 것은 총수들에 대한 ‘해금’이다.재계는 그동안 대선자금 수사라는 족쇄 때문에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됐었다.그러나 이번 회동으로 과거 대선자금 부분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받은 셈이 됐다.

재계는 경영상의 고민을 대통령에게 솔직히 털어 놓았다는 점도 소득으로 꼽는다.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반기업정서나 출자총액제한,시장규제정책 등에 대한 재계의 애로점을 털어 놓은 만큼 앞으로 정책수립시 어느 정도 반영이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갖고 있다.

부담도 만만치 않다.정부의 경제활성화 의지에 화답하기 위해서는 투자나 고용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고용쪽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성장속도가 빠른 일부 기업을 빼면 인력채용 여지는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이와 관련,재계 관계자는 “재계가 정부의 경제활성화에 부응하려면 즉흥적인 투자확대보다 장기적인 투자활성화 계획을 통해 자연스럽게 고용도 창출하고,우리경제와 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면서 “정부도 눈앞의 실적보다는 몇년 뒤를 겨냥해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출자총액제한 등에 대한 재계의 어려움 호소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언젠가는 해야할 것”이라며 강행의지를 밝히자 재계 관계자는 ‘혹 떼려다가 혹 붙인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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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류길상 김경두기자 sunggone@˝
2004-05-26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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