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밑바닥 구멍뚫어 살포… 제작·배포 지능화, 단속반 사라지자 중고생 학원가 전단지 가득

車밑바닥 구멍뚫어 살포… 제작·배포 지능화, 단속반 사라지자 중고생 학원가 전단지 가득

입력 2012-09-25 00:00
수정 2012-09-25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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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음란전단지 단속현장 르포

“숨바꼭질이죠. 매일 반복되는.”

최갑영 서울시 특별사법경찰과 수사총괄팀장은 음란 전단지 단속을 이렇게 정의했다. 서울시가 2008년 특별사법경찰관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며 음란 전단지를 단속해 왔지만 술래잡기는 좀처럼 끝날 줄 모른다. 단속반이 출동하면 전단지가 사라진다. 단속반이 돌아가면 거리의 주인은 다시 낯뜨거운 전단지가 된다. 지루한 숨바꼭질을 지켜보는 건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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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단속반이 떠난 서울 강남구 선릉역 주변에 음란 전단지가 살포돼 있다.
지난 21일 오후 단속반이 떠난 서울 강남구 선릉역 주변에 음란 전단지가 살포돼 있다.
●특별사법경찰관제 4년… 숨바꼭질 반복

지난 20일 오후 3시 서울시 특별사법경찰 서부수사팀과 동부수사팀 22명이 합동 단속을 벌인 강남구 선릉역 일대. 선릉역과 역삼역 주변은 현재 서울의 대표적인 성매매 지역이자 음란 전단지 배포 구역이다. ‘여대생과의 순수하고 풋풋한 만남’처럼 성매매를 연상시키는 문구와 함께 반라의 여성 사진이 실려 있는 전단지 등이 주요 단속 대상이다.

지난 4년간 음란 전단지는 제작부터 배포까지의 전 과정이 지능화됐다. 단속 초기처럼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광고하는 전단지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대신 넌지시 성매매를 암시하는 전단이 늘었다. 배포자를 적발하더라도 성매매 전단이 아니라고 우기면 현행 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

●도보·오토바이·차량조로 나눠 살포

배포 방식도 지능화됐다. 2~3명으로 이루어진 ‘도보조’뿐 아니라 ‘오토바이조’ ‘차량조’의 조직적 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차량 밑바닥에 구멍을 뚫고 차에서 전단지를 살포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최 팀장이 ‘전문 배포꾼’이라고 설명한 이들은 시간당 1만원 정도의 수당을 받는다. 적발되더라도 수십만원의 벌금만 내면 그만인 데다 벌금도 성매매업소에서 대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 방식도 진화됐다. 알선책이 인쇄업소와 성매매업소를 연결하고 거래는 온라인과 택배를 통해 이뤄진다. 한쪽을 검거하더라도 다른 한쪽을 적발하기는 어렵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이 성매매업 전체가 아닌 전단지 배포에 대한 단속 권한만 가지고 있다는 것도 현실적 어려움이다.

20일 단속 현장에서 전단지 배포자를 찾기는 어려웠다. 최 팀장은 “어디선가 단속반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숨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음 날 오후 같은 장소를 다시 찾았을 때는 완전히 달랐다. 거리는 음란 전단지로 가득 차 있었다. 음식점 전단지를 나눠 주던 이모(52·여)씨는 “오후 5시쯤 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와서 여기저기 흩뿌리더니 금세 사라졌다.”고 전했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모(41·여)씨는 “아침마다 전단지 치우는 게 일”이라면서 “인터넷 음란물도 문제지만 주변에 학원도 많은데 낯부끄러워서 애들을 데리고 다닐 수가 없다.”고 말했다.

●3월 이후에만 123만여장 압수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전단지 유포자 65명을 검거하고 39명을 형사입건했다. 3월 이후에만 123만여장의 음란 전단지를 압수했다.

그나마 적발하지 않았으면 거리에 뿌려졌을 어른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성매매를 뿌리 뽑지 않으면 전단지 배포도 계속될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하는 최 팀장의 뒤로 미술 학원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보였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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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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