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檢 ‘기소유예’ 무기로 쥐락펴락…구제는 헌재밖에 못 해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檢 ‘기소유예’ 무기로 쥐락펴락…구제는 헌재밖에 못 해

이근아 기자
이근아 기자
입력 2018-10-15 21:04
수정 2018-10-1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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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량이라는 이름의 처벌권 쥔 檢<상>

경미한 범죄 판단 땐 형사재판 면제 선처
검사 재량에 달려… ‘복불복’ 호소하기도
‘전과’로는 안 남지만 기소유예 기록 남아
징계 넘기거나 혐의 되살려 기소될 수도
반대로 법원서 무죄 다툴 기회도 없는 셈
헌소 통한 기소유예 취소 올해만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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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중교통이 끊긴 심야에 대리운전 기사들은 셔틀 승합차를 타고 이동한다. 몇천원씩 받고 대리기사들을 손님이 많은 지역으로 데려다주는 셔틀 대신 택시를 타야 한다면, 수지가 맞지 않아 대리운전을 할 수 없다. 그런데 당국 허가 없이 요금을 받고 운송하는 것을 금지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대리 셔틀’은 모두 불법이다. 대리 셔틀 기사들이 경찰에 적발된다면, 모두 벌금형을 피할 수 없는 처지다. 몇 년 동안 대리운전 셔틀 기사로 일한 A씨도 여러 차례 수사기관에 적발됐다. 어떨 때는 벌금형, 벌금형이 누적될 때에는 집행유예형을 받았고 또 어떨 때에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A씨는 “기소유예를 맞았다 또 걸리니까 벌금형을 받은 적도 있고, 벌금형을 받은 지 얼마 안 돼 또 걸리니까 기소유예로 봐 준 적도 있고, 요금 받은 물증이 없을 때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고 했다. A씨는 법원이 아니라 검찰이 자신의 처벌 여부를 정한다고 믿는다.

#2. 길에서 카드나 휴대전화를 주워 사용하면,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된다. 특히 교통카드는 지하철 개찰구나 버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로 사용자 식별이 비교적 손쉽기 때문에 적발이 용이하다. 무심코 잔액이 남았는지를 확인하려고 찍어 본 경우더라도 이뤄지는 벌금형 약식명령을 피하려면 원래 교통카드 주인과 합의를 봐야 한다. 수백만원에 이르는 합의금 때문에, 혹은 자신을 도둑 취급하는데 감정이 상해서 합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벌금형 전과를 감수해야 한다. 범죄 혐의에 대한 검찰 판단보다 합의했는지가 기소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로, 결국 형사사건 해결을 당사자가 직접 하는 꼴이 된다.

●검사 성향 조율 장치는 조직 내 결재권 유일

기소유예 제도는 검찰이 피의자에게 행하는 선처 행위다. 말 그대로 죄가 있지만 경미하다고 검찰이 판단하면 검사 직권과 재량으로 피의자에게 형사재판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기소할지, 기소유예할지는 전적으로 검찰 재량에 달렸다. 검사 성향에 따른 편차를 조율할 장치는 검찰 내 결재권이 거의 유일하다. 이에 따라 합의, 재범 여부, 피해 정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참작해 기소유예 결정을 내린다는 검찰 입장과 다르게 피의자들은 검사의 기소유예 결정이 복불복 식으로 이뤄진다는 느낌을 호소하기도 한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면 전과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기소유예 처분 경력은 남기 때문에 이민을 가 외국 국적을 취득하려고 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교사처럼 기소유예 처분만으로 징계에 회부될 수 있는 직군도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 연루돼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유우성씨에 대해 검찰이 몇 년 전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던 대북송금 혐의를 되살려 유씨 혐의에 추가한 전례도 있다. 한 번 재판이 끝난 사건은 다시 재판할 수 없는 일사부재리 원칙이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검찰 뜻대로 기소유예 사건을 되살린 경우였다.

역으로 사건 당사자 간 합의나 조율이 없을 때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 꺼리는 경우 검찰이 기소유예를 선택할 여지도 있다. 합의를 거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억울할 경우라도 검찰이 기소유예로 선처해 준 혐의는 재판에 회부되지 않기 때문에 피의자가 법원에서 무죄를 다툴 방법은 없다. 대신 헌법재판소에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게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만큼 피의자에게 죄가 있었는지 다툴 유일한 방법이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헌재엔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이 청구됐다. 미제 사건 197건을 더해 쌓여 있는 371건 중 183건을 같은 기간 처리한 헌재는 30건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취소 결정을 내렸다. 처리한 사건 중 16.4%의 검찰 기소유예 처분이 취소된 셈이다.

●“검찰 무혐의 가리는 데 더 신중 기해야”

조기현 중앙헌법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반복되는 범법행위에 대해 약식기소와 기소유예가 번갈아 이뤄지면 피의자들 입장에서는 의아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죄명과 범죄액이 같더라도 구체적인 사건 내용이 다르면 기소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검찰이 신중하게 무혐의를 가리기보다 조금이라도 죄가 있을 정황이 보일 때 기소유예를 남발한다면 피의자들은 헌법소원 등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검사들이 무혐의를 가리는 데 신중함을 발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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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18-10-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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