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후행동’의 김서경·윤현정 활동가
피켓시위로 시작해 채식 급식 등 끌어내다큐 개봉 후 툰베리와 화상 응원·지지
케이팝 팬덤 연결하는 연대 활동도 계획
“정부·靑관계자 만나도 밖에서 하란 말만
결정권자 먼저 바뀌어야 기득권도 변화
약자 먼저 위협… 자신의 문제로 느껴야”
청기행의 사무실에는 버려진 종이에 각종 구호를 적은 피켓들이 가득하다. 윤현정(왼쪽)·김서경 활동가는 “기후 위기는 이미 시작됐고 우리 일상을 파괴하고 있다”면서 “더 늦기 전에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온실 가스를 감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3년 전 자발적인 모임으로 ‘청소년기후행동’(청기행)은 환경 문제에 대해 팔짱만 낀 어른들에게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그레타 툰베리’(I am Greta)를 계기로 그레타 툰베리를 화상으로 만나 응원과 연대를 나눴고, 툰베리가 청기행의 활동에 대한 지지 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청기행 사무실에서 만난 김서경·윤현정 활동가는 “그레타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툰베리는 분명 세계적 환경 아이콘이지만, 권력자와 정책 결정권자들의 실천이 없으면 실제 탄소배출 감축으로 연결되긴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후대응 시간 7년도 안 남아… 정치 의제로
청소년기후행동은 정부와 기업들에 기후 위기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 상영관에서 ‘기후 정치’를 강조하는 피케팅을 하는 모습.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툰베리와 활동가들은 영화 개봉을 계기로 화상으로 만나 서로 연대와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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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활동가는 “차기 대통령이 기후변화에 공감하지 못하는 인물이라면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절박하게 말했다. 현실은 시급한데 대선 후보들의 출마 선언에 기후 위기는 보이지 않는다. 21대 총선에서도 몇몇 정당이 공약에 ‘기후 위기’ 키워드를 담았지만 주요 의제로는 다루지 않았다. 김 활동가는 “부동산, 경제 성장 같은 주제만 거론될 뿐 기후 위기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대통령이 탄소중립을 선언하지만 구체적인 이행 계획은 없다”고 비판했다.
●태풍 뒤 생활 마비 “내 삶의 문제구나 느껴”
김서경(왼쪽)·윤현정 활동가가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기후 위기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장환 기자
이들이 기후 위기를 내 삶의 문제로 받아들인 계기 중 하나는 일상 속 기후 재난이었다. 울산에서 살던 윤 활동가는 지난해 여름 강한 태풍으로 생활 마비를 경험했다. 사상 최장의 장마와 태풍으로 학교가 문을 닫았다. 집에서 원전까지는 고작 30㎞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파고를 높이는 기후 위기가 삶을 덮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이후, 친구들과 박스를 주워다 피켓을 만들고 결석 시위로 어른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현재 청기행의 회원은 전국 150여명, 활동가도 32명이 됐다. 상근활동가인 두 사람은 주 5일 사무실에서 자료를 조사하고, 홍보하고, 활동을 위한 회의에 매진한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끌어낸 변화는 작지 않다. “국회에서 탄소중립과 관련된 법안이 발의됐고 금융기관에서 탈석탄 선언을 했으며, 교육청 관계자들을 만난 이후에는 채식 급식이 도입됐다”고 두 사람은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울산, 서울, 전북, 인천 등에서 채식 선택 급식제나 채식의 날을 운영 중이다. 공장식 축산업이 기후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중요한 변화다.
●일방적 생각 전달 아닌 재밌는 방식 찾을 것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이 삼성에게 베트남 붕앙2 신규석탄에 불참할 것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청소년기후행동은 지난 5월 P4G 서울 녹색미래정상회의를 앞두고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썩은 당근 217㎏을 쏟아부었다. 2030년까지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17Mt 아래로 줄여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2021-07-1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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