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결국 문제는 고유문화다

[세종로의 아침] 결국 문제는 고유문화다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25-12-09 00:21
수정 2025-12-0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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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日 소도시 여행 급증
현지 고유문화 체험이 큰 매력
우리 시골에도 고유문화 풍성
방치 말고 적극 발굴, 활용해야

연말로 접어들면서 일본 민관 여행업 관계자들의 눈에 띄는 행보가 몇 건 있었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을 앞세우긴 했지만 사실상 일본의 소도시 홍보에 초점을 맞춘 행사가 대부분이었다. 그중 이목을 끈 건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국지사회 일본 소도시 홍보이벤트’다. 우리 관광산업의 핵심 기관에서도 관심을 갖고 이 행사를 지켜본 것으로 안다. 정부의 해외 홍보에만 기대거나 개별 홍보가 대부분인 국내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큰 시사점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행사를 위해 내한한 지자체는 모두 10곳이었다. 일본 전국지사회에 속한 4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규모가 작은 단체장들만 따로 방한했다. 8개 현은 지사가, 2개 현은 부지사가 각각 내한했다. 해당 지자체의 서열 1, 2위가 모두 한국행에 나섰던 셈이다.

이들이 움직인 건 물론 일본 지역경제에 한국 관광객이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한국인의 일본 재방문 비율은 무려 70%에 달한다. 일본에 한 번만 가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방일 외래관광객 가운데서도 한국은 압도적인 1위다. 네 명 중 한 명꼴인 23.9%, 약 881만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찾았다. 올해 사상 최초로 1000만명을 넘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방일 관광객의 씀씀이도 커서 연간 소비액이 일본인의 6배에 달했다.

요즘 우리 여행자들의 관심사는 단연 일본 소도시 여행인 듯하다. 국내 최대 여행기업의 항공권 예약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소도시를 찾은 한국 여행객은 4배 이상 증가했다. 지역별로 온도 차가 있긴 해도 전반적으로 상승세다. 이 업체의 설문조사에서도 일본의 소도시를 찾는 요인으로 ‘현지인의 삶과 문화를 체험하는 매력’을 꼽는 사람이 많았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 지방도 예전 ‘시골’은 확실히 아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경제력만큼 문화 수준이 부쩍 높아진 걸 체감한다. 다만 산업적 측면에서도 관광 선진국다운지 묻는다면 답변이 궁색해질 듯하다. 아직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자. 최근 우리 관광업계의 도드라진 변화 중 하나는 지역의 문화와 관광을 위한 공공재단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관에서 모두 할 수 없으니 전문가 그룹을 별도로 조직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다만 지역색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는 여전하다. 재단 책임자를 선임할 때 해당 지역 출신 인사를 뽑아야 한다고 조례로 명시한 지자체도 있고, 지역 출신자가 아니면 신청 자체가 안 되는 곳도 있다. 지방의회 추인 과정에서 낙마하는 경우도 있다. 여전히 관광재단의 수장을 능력에 따른 게 아닌 ‘나눠줄 자리’로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역사회의 역량이 무르익을 때까지만이라도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을 듯한데 말이다.

지역 고유의 문화를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키울 필요도 있다. 가야의 철기 문화가 관심을 끈 이후 영호남의 지자체들은 ‘아이언 로드’란 명칭 선점에 눈치 싸움을 벌이면서도 정작 가야의 기마무사 동상 하나 세운 곳이 없다. 그러면서 딱히 필요성도 없고 역사·문화적 개연성도 없는 국적 불명의 인어상과 풍차, 흔들다리는 왜 그리 많은지.

우리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뤄 내려면 이런 근시안부터 사라져야 한다. 관광은 대표적인 융복합산업이다. 담당 부처 한 곳에만 미뤄 둘 게 아니란 얘기다. 예전처럼 대통령이 컨트롤타워가 돼 국민 복지 증진이란 영역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렇게 10년만 지속하면 우리도 부쩍 달라져 있지 않을까.

현재로선 지역 살리기의 가장 유력한 카드가 관광이다. 미래 먹거리로서도 그렇다. 그리고 미래 관광산업의 요체는 해당 지역 고유의 문화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볼 것 없다고 버려두지 말고 차근차근 다시 살피자. 우리가 외면했던 민화 속 호랑이와 도깨비들이 ‘K팝 몬스터’로 역수입되는 걸 또 지켜볼 수는 없지 않겠나.

손원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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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손원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2025-12-09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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