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남성] 간통죄 논란, 당신의 생각은

[여성&남성] 간통죄 논란, 당신의 생각은

이재훈 기자
입력 2008-02-05 00:00
수정 2008-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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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법이 왜 개인의 이불 속 생활까지 재단하나.´란 의견도 옳게 들리고,‘결혼으로 이룬 가정이 있는데 개인의 성적(性的) 자기 결정권만 따질 수 있느냐.´는 주장도 합당하게 들린다. 하지만 모든 제도가 존재 그 자체에서 이미 당위성을 담보로 가지듯, 아직 우리 사회에선 간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강하게 낙인찍혀 있다. 최근 탤런트 옥소리(40·여)가 ‘간통은 개인간 민사일 뿐 형사처벌은 위헌´이라며 법원에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하자 누리꾼 사이에서 옥소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 높은 게 현실이다. 여성과 남성, 그들이 생각하는 ‘간통죄´에 대한 다르고도 같은 생각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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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상처는 지구 종말과도 같아…처벌 당연

결혼은 엄연한 법적 약속

결혼 30년차 주부 이모(55)씨는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지구의 종말이 오는 기분일 것”이라고 표현했다.

결혼은 한 사람과의 엄연한 법적 약속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범법행위로 상대에게 물질적·정신적인 손해를 입혔다면 당연히 형사처벌로 다스려야 한다는 게 이씨의 견해다. 이씨는 남편이 몰래 외도했다면 “‘배우자를 벌할 권리와 의무’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형사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하지만 어떤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해도 이미 한 사람과 가정을 이루겠다고 약속한 사람에게는 죄일 수밖에 없지요. 그게 결혼 관계에 내 인생 모두를 바쳤던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기 때문에 민사 배상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봐요.”

미혼의 회사원 이모(29)씨도 간통은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본다. 여전히 ‘일부일처제’가 법제화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간통은 그 기본적인 룰을 깬 것이기 때문이다.‘법을 위반했으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는 명제를 따라야 사회 전체가 평온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사랑 자체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지만 간통으로 가정이 깨지고, 가정 문제가 사회적 파장으로 연결된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미래의 배우자가 외도를 했다면 고소할 생각이냐는 물음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간통으로 고소하려면 이혼을 전제로 해야 하잖아요. 그건 너무 힘든 결정일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배우자가 외도를 한 ‘강도’에 따라 결정이 좌우될 것 같아요.”

결혼 24년차인 전문직 최모(47)씨는 “사랑은 죄가 아니지만 불륜은 죄”라는 말로 화두를 꺼냈다. 결혼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타인에 대한 연애 감정을 구속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제도라는 게 최씨의 생각이다. 때문에 최씨 역시 남편이 결혼식 때 굳게 맹세한 ‘서약’을 어기면 당연히 간통죄로 고소할 예정이다.“한 이불을 덮고 자는 남편과는 사랑도 중요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어기지 않기 위해 욕망을 억제하자는 약속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음이 가는 대로 모든 걸 해버린다면, 세상은 결국 이기적인 생각만으로 가득 차지 않을까요.”

감성으론 ‘철창행’, 이성으론 ‘민사해결’

미혼의 전문직 김모(29)씨는 간통이란 화두를 떠올리면 머릿속에서 ‘이성’과 ‘감성’이 마구 충돌한다. 사실 사귀고 있는 남자가 다른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만 봐도 속이 뒤집어질 정도로 화가 나는데, 결혼까지 한 사람이 다른 여자와 외도한다는 건 때려 죽여도 시원찮을 ‘상처’다. 하지만 그를 ‘형사 처벌로 철창에까지 보내야 하느냐.’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고개가 좌우로 흔들린다.“남편이 형사 처벌받는다고 해서 상처받은 제 마음이 치유되겠습니까.”

결혼 3년차 회사원 최모(32)씨는 “결혼은 두 사람간의 계약관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계약을 파기한 것에 대한 민사 책임은 가능하지만 물건을 훔치거나 사람을 물리적으로 다치게 하는 형사 사건과는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는 게 최씨의 지적이다. 때문에 현재의 남편이 외도를 하더라도 ‘내 것만큼 소중한 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고소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다.“분명 결혼계약에서 상대에 대한 신의성실의 의무를 위배한 책임은 있죠. 다만 그건 계약위반에 대한 비난과 배상으로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고 봐요.”

간통 형사처벌은 구시대의 산물일 뿐

미혼의 회사원 김모(28)씨에게 간통은 ‘당사자끼리 뺨 때리고 끝내면 되는, 지극히 남녀 개인간의 문제’다. 때문에 간통에 대한 형사법 적용은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본다. 만약 미래의 배우자가 외도를 저지른다면 김씨는 위자료를 왕창 뜯어내고 ‘쿨하게’ 이혼으로 관계를 정리할 예정이다.

“형사처벌 문제와는 별도로, 만약 마음이 떠나 다른 사람에게로 사랑이 옮겨 갔다면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지금 배우자에게 알리고 관계를 정리한 뒤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게 순서라고 봐요. 배우자를 속이고 관계를 유지하는 건, 지금 관계를 잃지 않은 상태에서 덤으로 관계를 얻고 싶은 욕심이거나, 욕 먹고 싶지 않은 비겁함 정도겠죠.”

곧 결혼을 앞둔 회사원 신모(27)씨 역시 “국가가 개인의 연애와 결혼 문제에 간섭할 자격이 어디 있느냐.”는 반문으로 말을 꺼냈다.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연애한다면 ‘마음의 죄’는 될 수 있지만 국가나 사회가 그를 단죄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사실 지금 간통죄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의 남편이 외도를 저지른다면 감정적으로 열이 뻗친 상태에서 형사고소라는 수단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되려 그렇기 때문에 고소가 남발될 우려도 있고 그에 따른 공권력 낭비도 걱정이니 빨리 간통죄가 폐지됐으면 좋겠네요.”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형법의 잣대로 개인 이불까지 들추다니…

“옥소리씨 잘했어요”

최근 탤런트 옥소리씨가 간통죄 위헌심판 제청을 했다는 소식에 직장인 김모(29)씨는 손바닥을 쳤다. 간통죄가 우리 헌정사의 ‘수치 중의 수치’라고 주장하는 김씨는 간통죄 존폐논란이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간통죄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매우 창피한 일입니다. 법이 사생활을 하나하나 통제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과 다를 바가 없잖아요.”

김씨는 간통죄가 1970∼80년대 군부 독재시절의 잔재라고 믿고 있다. 간통죄가 존재하는 한 개개인의 ‘성(性)의 자유’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지금이 군부 독재시절인가요. 밤에 통행을 금지시키고, 경찰이 가위를 들고 다니며 장발족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과 다를 게 전혀 없죠. 법이란 이름으로 개인의 이불을 들춰 가며 검사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생활 침해입니다.”

직장인 송모(27)씨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개인의 성생활을 법으로 다루는 현실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우리나라가 민주주의 전통이 짧다는 것을 방증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간통죄입니다. 개인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강한 국가’ 이데올로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송씨는 지금 나오고 있는 간통죄 논란을 보면 과거 군부 독재시절의 ‘야간 통행금지 폐지 논란’이 떠오른다고 말한다.“과거 군부 정권이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야간 통금이라고 합니다. 민주화가 진행되고 통금을 폐지한다는 주장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이 반대했죠. 통금을 없애면 사회질서가 문란해질 것이란 게 주된 논리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한심한 주장이잖아요.”

송씨는 지금의 간통죄 폐지 논란도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만일 간통죄가 폐지되고 시간이 흐르면 야간통금처럼 ‘터무니없는 법’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간통죄가 여성보호 장치?

일부 남성은 여성의 권리가 상승된 현실에서 간통죄의 ‘여성보호’ 효과는 거의 상실됐다고 말한다.

대학원생 박모(27)씨는 간통죄를 더 이상 존치시킬 이유가 없다며 이렇게 말한다.“간통죄는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가 강하잖아요. 아무래도 남성의 외도 비율이 높고 여성은 이로 인해 실질적 피해를 많이 봤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아 달라졌습니다. 여성의 사회·경제적 위치가 예전에 비해 많이 향상된 이 시점에 굳이 간통죄를 유지할 이유가 없는 거죠.”

고시생 김모(28)씨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았다. 남녀평등이 상당 부분 이뤄진 상황에서 간통죄의 명분 자체가 이미 사라졌다는 것이다.“일각에서는 ‘여성 상위시대’라는 말도 나오잖아요. 이제 여성도 배우자의 외도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있고요. 그럼에도 남의 가정사를 법의 힘에 빗대 해결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일부 남성은 아직도 남녀가 불평등하기 때문에 간통죄를 폐지해야 한다며 반론을 폈다.

직장인 이모(26)씨는 간통죄가 오히려 남성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고 있다고 주장한다.“요즘 간통죄로 남성이 여성을 고소하는 일이 여성이 남성을 고소하는 일보다 더 많다는 통계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남성의 외도와 여성의 외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남성이 외도를 하면 ‘남자가 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며 다소 관용적인 분위기가 있지만 여성은 아니죠. 제 주변에도 남편의 외도를 그냥 넘기는 아내가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의 외도는 쉽게 넘기지 않죠. 간통죄는 남성이 여성을 탄압하기 위해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민법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

일부 남성은 간통죄의 ‘여성보호’라는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형법을 적용시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개인의 사생활 문제를 형법에 적용시킨다는 사실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므로 법적 보완을 통해 해결하자는 논리다.

고시생 김모(27)씨는 ‘여성보호’의 취지는 형법이 아닌 민법으로 살려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만일 배우자의 외도로 인해 피해를 봤다면 손해배상 등의 민법으로 해결하면 될 일이지 형법을 적용시켜 ‘콩밥’ 먹일 필요는 없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사생활 문제를 형법을 적용해 판단한다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입니다. 민법을 통하면 사생활 문제의 한계는 물론 여성 보호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직장인 성모(28)씨의 생각도 비슷하다. 성씨는 간통죄의 취지가 ‘외도한 배우자에게 일방적으로 이혼 당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굳이 형법을 적용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간통죄의 취지가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충분히 민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형법으로 해결하다 보니 사생활 침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8-02-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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