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대신 한강 물로 ‘냉방’… 도심 식히는 ‘수열에너지’

에어컨 대신 한강 물로 ‘냉방’… 도심 식히는 ‘수열에너지’

김중래 기자
김중래 기자
입력 2026-10-11 22:00
수정 2026-10-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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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온도 차로 만드는 미래에너지

냉방비만 연 수십억 쓰는 코엑스
수열에너지로 전기료 10.8억 절감
데이터센터 전력 30%는 ‘냉각용’
수자원공사 1GW 수열 공급 추진

수열 냉방, 미래 전력 과부하 대안
산업단지·아파트·빌딩 도입 추세
수자원공사 “기후위기·AI 시대에
고효율 에너지 체계 핵심 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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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방용 냉수 공급하는 히트펌프
냉방용 냉수 공급하는 히트펌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COEX) 지하에 설치된 히트펌프의 모습. 한강물을 통해 차가워진 건물 내부 순환수가 히트펌프를 거치면서 에어컨에 공급할 수 있는 섭씨 8도의 냉수를 만든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COEX) 지하 2층 기계실. 전기나 가스로 운영되는 초대형 냉방기 수십 대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돌아가는 건 수열에너지를 이용한 냉방기 2대가 전부였다. 날씨가 선선해져 냉방 수요가 줄어들자 시설팀이 전기·가스 냉방기의 전원을 끄고 수열 설비만 틀어 둔 것이었다.

코엑스는 늘 인파의 물결이 일렁이는 곳이다. 그래서 국내에서 냉방 수요가 큰 건물 중 하나다. 연 전기료만 수십억원대에 이른다. 이런 코엑스의 값비싼 냉방을 이제 한강 물이 책임진다. 물 자체를 소비하지 않고 물이 가진 냉기만 빌려 건물 내부 공기를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시스템, 바로 수열에너지다. 수열에너지는 하천수나 해수가 가진 열을 냉난방에 활용하는 신재생에너지다. 여름에는 차갑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의 온도 차를 이용한다.

코엑스가 빌려 쓰는 물은 정수되지 않은 한강 원수다. 코엑스 바로 옆 도로 지하에는 팔당댐에서 수도권 정수장으로 향하는 광역 원수관이 흐른다. 이 물을 끌어와 이물질을 거른 뒤 열교환기로 보낸다. 24~26도의 한강 물은 열교환기를 지나며 건물 내부를 순환하는 물의 열을 빼앗아 간다. 이렇게 식혀진 내부 순환수는 히트펌프를 거쳐 8도의 차가운 물로 변한 뒤 건물 곳곳의 에어컨으로 공급된다. 열을 흡수한 한강 물은 온도가 미세하게 상승하지만 이물질이 걸러져 정수장에 도달했을 때 정수 처리가 한층 수월해지는 장점이 있다.

수열을 활용하면 기존 가스·전기 방식보다 에너지가 30~70% 절감된다. 2014년 수열을 도입한 서울 롯데월드타워는 전체 냉방의 10%를 수열에너지로 충당해 35.8%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뒀다. 국내 단일 건물 최대 규모인 7000RT(냉동톤) 설비를 구축한 코엑스는 연간 10억 8000만원의 에너지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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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열에너지 공급체계도.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수열에너지 공급체계도.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수열에너지를 확대하면 코엑스 옥상에 있는 초대형 냉각탑 30기도 줄여 새로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도심 환경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도 크다. 건물 외벽의 미관을 해치는 실외기나 대형 건물 옥상의 냉각탑을 줄일 수 있다. 냉방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이 대기로 직접 배출되지 않아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30년까지 수열에너지 공급 규모를 1GW(기가와트)로 확대할 계획이다. 보급의 핵심 축은 데이터센터다.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 운용으로 데이터센터의 열 발생량이 급증하면서 ‘열을 식히는 기술’이 곧 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이 됐다. 데이터센터는 전력의 30% 이상을 열을 식히는 데 사용한다. 수열 냉방은 기존 전력 기반 냉각 장치보다 전력 소비량이 획기적으로 적어 전력망 과부하를 막을 대안으로 꼽힌다. 수자원공사는 강원 춘천에 연중 9.5도를 유지하는 소양강댐 심층수로 데이터센터 7곳을 식히는 ‘수열 융복합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2028년 준공 후 기존 방식을 수열로 대체하면 냉각 에너지가 64% 줄어들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수열에너지가 이미 보편화했다. 캐나다 토론토는 온타리오호의 깊은 물을 활용해 백화점 등 도심 대형 상업시설 냉방을 해결하고 있다. 프랑스도 1991년부터 파리 센강의 물을 이용해 루브르박물관, 백화점 등 700여개 건축물 냉방에 활용 중이다.

국내에서도 산업단지·공동주택·빌딩으로 적용을 늘리는 추세다. 경기 광명·시흥 도시첨단산업단지는 조성 단계부터 수열 전용 관로를 구축했다. 하남교산 신도시 763가구에는 국내 최초로 아파트 단지에 수열이 공급될 예정이다. 충청권에서는 대청댐 광역원수를 활용한 2만 1360RT 규모의 수열 특화단지가 들어선다. 수도권 대형 빌딩에도 2027~2028년 차례대로 수열에너지가 도입된다.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수열에너지를 미래 도시의 필수 인프라이자 AI 시대 에너지 전환을 이끌 핵심 해법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우선 공공·민간·학계가 참여하는 발전협의체를 구성해 보급을 확대한다. 관련 법과 제도도 정비한다. 공공 건축물을 신·증축할 때 신재생에너지 이용을 의무화하고, 민간 건축물을 대상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인센티브’ 제도도 도입한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수열에너지는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단지를 넘어 대형 건축물과 공동주택으로 영역을 넓히며 도시의 새로운 에너지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며 “기후위기와 AI 시대에 전기·가스·수도 중심 기반 시설을 넘어, 고효율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는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줄 요약
  • 한강 원수 활용한 코엑스 수열 냉방 도입
  • 전기·가스 대비 에너지 30~70% 절감 효과
  • 데이터센터·도심 건물로 보급 확대 추진
2026-10-12 B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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