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자문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가 제2의 창립을 선언하고 나섰다. 통일시대를 준비하고 남북화해와 국민통합의 중심에 서겠다며 대대적인 변신을 선언한 것이다. 평통의 재탄생을 최전선에서 지휘하는 김대식(47) 사무처장을 6일 만나 변화 방향과 목표, 남북관계 전망과 비전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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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 평통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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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 평통 사무처장
→북한이 지난 1일 발표한 신년 공동사설에서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언제쯤, 어떤 조건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겠나.
-북측은 신년사에서 비핵화 문제를 언급했고 군사분야를 맨 나중에 다뤘다. 안보불안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오는 20일 출범하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와 ‘거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보여 줬다. 내부단속에 중점을 둔 것은 경제상황 악화속에 민심 이반을 우려한 탓이다. 대내외적 상황변화를 고려할 때 남북 관계는 하반기나 돼서야 물꼬가 트이지 않겠냐는 분석이 많다. 북측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을 중단해야 한다.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취할까.
- 북측이 남북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정부 당국간 대화는 중단됐지만 민간 차원의 남북간 인적 왕래와 물자 교역 등은 여전히 활발하다. 2005년에는 1억 5000만달러에 불과했던 북한의 대남 무역흑자 규모는 2007년에는 3억 8000만달러로 급증했다. 다른 나라와는 교역을 통해 큰 외화수입을 올릴 수 없는 북한에겐 어떤 형태로든 남측과의 교류협력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형태는 달라질 수 있다. 북한은 정부 차원의 교류는 끊되 민간 교류는 유지하는 ‘통민봉관(通民封官)’ 전략을 쓰고 있다. 남북교역은 유지하면서 긴장을 적정수준에서 관리할 가능성도 크다.
→나빠진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북측에 먼저 유화적 접근을 할 계획은 없나. 특사파견도 방안이 되지 않겠나.
-어설픈 시작보다는 악화와 단절을 반복하지 않도록 남북간에 원칙과 기조의 틀을 놓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된 남북 관계의 관행을 바로잡아 정권 성격에 관계없이 남북관계가 튼튼하게 굴러갈 수 있는 바탕을 다져야 한다.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가 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민족의 미래가 거기에 있다. 대화재개에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 특사 파견도 (현 시점에서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남북관계의 성숙을 위한 ‘성장통’(成長痛)의 기간이다.
→지난해는 9년 만에 북한에 대한 남측 정부의 지원이 없었던 해였다. 식량사정 악화로 더 큰 고통은 북한 동포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인도적 식량지원이 북한 동포들에게 조건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지난해 10월 이명박 대통령께 인도적 지원의 확대를 건의했다. 어린이들의 굶주림은 외면할 수 없다. 그들은 통일 한국의 국민이며 다음 세대의 주인이다. 그렇지만 쓰임을 알 수 없는 물자 지원에는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북측과 선을 대기 위해 남측 비정부기구(NGO)들이 경쟁적으로 북측과 접촉하면서 군사적으로 전용 가능한 물자를 주는 것은 자제돼야 한다. 북측은 지난해 9월부터 한국의 여러 NGO들에게 콩기름과 지붕용 패널 등의 지원을 공통적으로 요구해 왔다고 한다. 이런 물자는 군사적으로 전용할 수 있다. 북측과의 접촉 채널 유지에 매달리는 한국 NGO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정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NGO들의 대북 지원 사업이 정부의 대북 정책과 상충되나.
- 남북관계 경색 속에서도 대북지원 NGO들을 중심으로 한 북측 지원과 협력사업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북측은 남측 여러 민간단체와 문어발식으로 접촉하며 각종 지원을 받아내고 있다. 인도적 지원은 환영한다. 그렇지만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한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전체적인 시각에서 조율할 필요는 있다. 북한 동포들의 고통을 줄이고 민족화합에 더 도움이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내 NGO들과 대화할 계획이다. 평통 산하의 남북나눔공동체를 통해 북측 민화협 등과 채널을 유지하면서 대북 교류협력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엔 9억 7000만원을 들여 평양 낙랑구역 삼일포에 하루 5000명분의 영유아 이유식을 생산해 내는 이유식 공장을 지어주는 등 어린이의 먹을거리와 건강 지원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평통이 제2의 창립을 선언하면서 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어떻게 달라지나.
-이명박 대통령께서 제2의 창립이란 표현까지 쓰며 바로 서기를 주문하셨다. 국민 속에 새로 태어나 국민통합을 이루고 통일 기반을 넓히는 데 중심 역할을 해 나갈 각오다. 무엇보다 국민 역량 집결에 우선하겠다. 산업화, 민주화를 거쳐 남은 관문인 통일시대를 열기 위해 우리 내부의 국민통합은 시급하다. 국민들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헤아리고 모으겠다. 여론수렴에 머무르지 않고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실천 운동도 구체화해 나가겠다.
→자문위원의 대대적인 물갈이도 예상되는데 어느 정도 바뀌나.
-7월1일이면 자문위원단의 임기가 끝나고 14기 임원단의 새 임기 2년이 시작된다. 인선 작업은 시작됐고 상반기 중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진보·보수의 균형을 맞추려면 자문위원 1만 7000명 가운데 지역대표 3445명을 제외한 1만 1369명의 55% 정도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평통은 대통령을 의장으로 모시고 있는 직속자문기관이면서 정파를 떠난 헌법기관이기도 하다. 국민통합과 소통을 넓히고 통일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각계에서 새로운 세대를 대거 발굴해 모셔올 것이다. 여성 비율도 30%는 안배할 생각이다.
→어떻게 진보인사들의 목소리와 비판을 담아내려 하나.
-성숙한 사회는 서로를 배척하면서 극단적으로 싸우지 않는다. 통일 문제에서 이런 갈등을 넘어서기 위해 남북관계 전문가 사이의 소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대통령께 직접 건의해 허락을 받았다. 지난해 12월19, 20일 강원도 속초에서 진보와 보수진영 전문가 30여명이 고루 참석해 진행된 대토론회도 그런 차원에서 열렸다. 올 2월 등 분기별로 열릴 전문가 토론회 등에서 나온 현장의 소리는 대통령께 더하거나 빼놓지 않고 전달될 것이다.
→교민사회 의견 수렴을 위해 해외 순방 일정도 소화하셨는데.
-미국, 영국 등 11개국 14개시를 36일 동안 다니면서 각 지역에 뿌리 내린 교민들이야말로 통일역량의 자산임을 확인했다. 전 세계 140여개국에 퍼져 있는 750만명의 교민들이 국제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역할을 하고 이들의 조언은 정책 결정의 밑걸음이 될 것이다. 65개국 2000여명인 해외자문위원을 100개국 2500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통일교육 기능을 평통으로 일원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국회 등에서 업무 중복을 지적해 왔다. 통일부 업무영역이 광범위하다 보니 통일교육은 전국적인 조직을 가진 평통으로 넘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논의다. 평통이 기존 통일교육 기관 등을 활용해 보다 일관성 있게 국민에 대한 통일 교육과 정책 이해를 넓히는 역할을 맡고 통일부는 정책수립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출입국 관리 등에 전념하는 것을 놓고 연구 중이다.
→평통에 인권위원회를 신설하고 통일을 대비한 ‘무지개 운동’을 준비 중이신데.
-새터민들이 남쪽땅에 안착하는 데 필요하고 미진한 점 등을 평통 지역조직들이 나서서 도울 것이다. 신설되는 인권위원회(가칭)가 중심역할을 하게 된다. 자문위원들과 234개 시·군·구별 지역협의회를 통해 북한상황을 알리고 물질적, 정신적으로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모임과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자문위원 한 분이 6명씩의 통일 일꾼을 모아 10만명의 통일 일꾼을 조직하는 것이 무지개 운동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평통의 10개 위원회가 싱크탱크와 접목해 자문건의, 정책개발 등도 활발하게 할 것이다.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진정성을 갖고 북한을 인내심 있게 대할 것이다. 북한도 머지않아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다.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경남고로 진학한 뒤 부산에서 대학을 마치고 뿌리를 내렸다. 고학을 하며 어렵게 학업(교토 오타니대 문학박사)을 마친 자수성가형이다. 1995년부터 동서대에서 문학사상 및 북한·일본 관계를 강의해 왔다.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 인수위원을 지냈다. 청와대 사회교육문화 수석 후보로 여러차례 하마평에 오르는 등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부산 동서대 학생처장 시절 대학 강연 온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과 인연을 맺었다. 4시간 수면에 치밀하면서도 황소처럼 일하는 스타일이 이 대통령을 빼닮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9·11·12대 평통 자문위원과 대한일어일문학회장 등을 지냈다. 선진국민연대 정책연구원 초대 이사장을 지내다 지난해 6월 평통 사무처장에 임명됐다. 지난해 대선 기간 이명박 후보의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당시 이 후보로부터 ‘네트워크의 달인’, ‘조직의 귀재’란 별칭을 얻었다.
2009-01-0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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