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대째 양식장 운영 소득자료 없으면 ‘빈손’
12일 굴양식장이 빼곡한 태안군 신두리 앞바다. 허베이 스피리트호의 검은 기름이 삼켜버린 양식장이 폐가처럼 남아 있다. 양식장 시설물에서 기름찌꺼기가 흘러나와 신두리 해수욕장까지 끝없이 밀려온다.사고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오염된 양식장이 철거되지 못하고 있다. 굴을 양식하는 1544가구 가운데 65.6%인 1013가구가 무허가라 피해조사와 보상이 어렵기 때문이다. 태안 사고의 피해를 사정·보상하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은 불법 소득을 보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무면허·무허가·무신고’란 고질병이 피해 보상의 걸림돌로 또다시 등장했다. 피해 주민들은 2,3대째 양식장을 운영하고도 변변한 소득 자료조차 갖고 있지 않다. 지난 1993년 IOPC에 가입한 이후 똑같은 문제가 사고 때마다 반복되지만 ‘병’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반면 프랑스·일본·스페인에서는 이같은 사례를 찾아 볼 수 없다. 프랑스에서는 벼룩시장 상인들까지도 소득 손실을 증명해 보상받았다. 인구 1631명의 작은 도시 메스케르에서는 매주 벼룩시장이 열린다. 해안가에서 채취한 굴·홍합을 내다 파는 지역 주민들은 시장이 끝날 무렵 그날 수입 등을 계산해 세금을 낸다.99년 에리카호 사고 때 IOPC는 벼룩시장에 낸 소득세를 근거로 주민 손해를 사정했다.
2002년 프레스티지호 사고로 피해를 입은 스페인에서는 조업 금지로 배를 출항하지 못한 선주들은 물론 일거리를 잃은 선원들도 IOPC에서 보상받았다. 과거 3년간 운항 일지를 보고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이맘때 몇 차례나 출항했는지를 분석, 손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97년 나홋카호 사고로 피해를 입은 일본 후쿠이현 미쿠니 마을 어민들은 지자체 덕분에 손실 소득을 쉽게 증명했다. 지자체가 지역의 경제수준을 파악하고자 30년간 주민들의 실제 어패류 수확량을 해마다 기록해 두었기 때문이다. 다케다 다다오 후쿠이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 부장은 “지자체의 철저한 자료 수집이 대형 사고에서 빛을 발했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반 〉
도쿄·런던·파리·마드리드 정은주 오이석특파원 ejung@seoul.co.kr
2008-05-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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