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훼손뒤 인공조경… ‘무늬만 친환경’
16일 경기도 A시의 B구에 있는 C아파트. 지상에 주차장만 가득한 여느 아파트들과 달리 생태공원과 연못, 숲속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어 공원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1000가구가 넘는 이 곳은 2005년 정부로부터 친환경 아파트단지 인증을 받았다.‘자연과 가까이 살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프리미엄이 껑충 뛰었다. 하지만 한 주민이 전해준 말은 우리나라 친환경아파트의 현실이 어떠한지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정자, 인공연못, 실개천 등을 갖춰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는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아파트 확대를 위해서는 현재의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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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에라도 들어가려고 하면 관리사무소에서 ‘연못 망가진다.´고 소리치지. 애들이 나무에라도 올라가려고 하면 ‘나무 망가진다.´고 난리지. 인공조경 관리하는 사람을 따로 둬야 하니까 그것도 돈이지. 생태연못도 청계천처럼 전기로 물을 끌어대야 하는 거니까 관리비도 만만치 않지. 이런 시설들이 ‘빛좋은 개살구’ 같다는 느낌이 든다니까.”
국토해양부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은 아파트에 대해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하면서 친환경 공동주택에 대한 업계와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 아파트를 평가하는 제도인 친환경건축물인증제도가 총점제 평가방식으로 돼 있어 자칫 ‘반쪽짜리’ 친환경 아파트를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친환경 인증 외면한 채 광고만 ‘친환경’
친환경건축물인증제는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02년 도입됐다. 심사분야는 크게 토지이용, 교통, 에너지, 재료 및 자원, 수자원, 환경오염, 유지관리, 생태환경, 실내환경 등 9개 분야 44개 세부평가항목에 가산항목들을 더해 이뤄진다.100점 만점에 85점 이상은 최우수친환경건축물,65점 이상 85점 미만은 우수건축물로 인증된다.
문제는 모든 아파트가 인증 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건축주(건물소유자) 또는 건축주의 동의를 받은 시공자가 인증기관에 자발적으로 신청을 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인증을 신청하지 않은 아파트들의 친환경성은 검증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지난해 말까지 친환경아파트 단지로 인증받은 곳은 314개에 불과하다. 전국 아파트단지가 1만 8000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2%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브랜드 아파트는 객관적 검증도 받지 않고 저마다 ‘친환경’이미지로 광고하는 데 여념이 없다.
박보경 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센터 간사는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가 강제조항이 아니다 보니 건설업체들이 인증도 받지 않고 자신들의 아파트에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면서 “대기업들이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수단으로 제도상의 맹점을 십분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이너마이트로 주변 훼손하고 지은 아파트도 ‘친환경’
친환경 아파트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건설의 전 과정에 대한 환경 요소가 철저히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설계단계에서 주변 지형 및 지세를 활용하려는 노력 없이도 얼마든지 친환경 아파트로 둔갑할 수 있다.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려 주변 환경을 모두 훼손한 뒤 눈가림식의 인공 조경만 꾸며 놓아도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실례로 지력(地力)을 증대하고 토양을 정화시키는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진 표토(表土)는 1㎝가 쌓이는 데 20년 이상 걸리는 귀중한 자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표토를 걷어 두었다가 건설이 끝난 뒤 다시 깔아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친환경건축물 인증기관의 한 관계자는 “일정 규모 이상 아파트에는 친환경건축물 인증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친화적 공동체’까지 고려해야
아파트 설계에 주민들이 참여해 환경친화적 생활방식을 고민하고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많은 돈을 들여 생태정원을 갖추고도 주민들의 접근을 막아가면서까지 이를 관리하는 데만 급급한 현실이 ‘진정한 친환경적인가.’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운영차장은 “진정한 친환경아파트가 되려면 아파트 주민들이 스스로 친환경적 삶을 만들어가는 토대까지 건설업체가 고민해야 하며, 이러한 노력이 인증에 반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찬환 서울시립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부동산 개발 논리에 치우친 일련의 법제 등으로 인해 여전히 환경친화적 아파트 조성을 위한 여건 마련이 요원하다.”면서 “해외 선진국들의 환경친화적 공동체 개발을 위한 노력들을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08-03-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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