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10년 그리고 미래] (1) 비사(秘史)와 그 이후

[외환위기 10년 그리고 미래] (1) 비사(秘史)와 그 이후

입력 2007-10-29 00:00
수정 2007-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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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우리경제 위기상황” 금개위, 보고서 은폐·폐기

다음달 21일이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꼭 10년이다. 지금까지도 외환위기의 원인과 IMF와의 협상과정, 처방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책임 공방에서 국제 음모론까지 무성하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한국호’에 기회로 작용한 건 분명하다. 구조조정은 기업의 투명성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높였다.‘부익부 빈익빈’의 심화로 중산층이 무너지고 양극화가 진행됐지만 우리 경제가 글로벌화하는 계기도 됐다. 과거의 실패에서 미래의 지혜를 얻기 위해 외환위기 관계자들의 증언과 이후의 변화상, 앞으로의 과제 등을 다섯 차례에 걸쳐 싣는다.

청와대 주도로 1997년 1월 출범한 금융개혁위원회가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로 가고 있다.”는 내용의 ‘특별보고서’를 작성하고도 사태 악화를 우려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폐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위기 특감에 나섰던 당시 감사원 관계자들은 “특감을 통해 정책결정의 잘잘못을 가리는 건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고 강경식 부총리와 김인호 경제수석을 직무유기로 수사의뢰한 것도 단지 그들이 책임질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기관 부실을 정리하기 위해 97년 8월 당시 기아자동차 주거래 은행이었던 제일은행과 국민은행의 합병이 검토됐으며 10월 말 외환거래가 3일 중단된 사태는 강경식 부총리의 시장개입 중단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도 보고 됐을 것”

28일 외환위기 당시 옛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 청와대, 감사원, 금융개혁위원회 등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개위는 97년 7월을 전후해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분석,“한국이 금융위기로 가고 있다.”는 특별보고서를 작성했다.

금개위는 고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이 위원장을 맡았지만 경제수석에게 보고하는 구조였다. 한 관계자는 “이 보고서는 대외비로 분류돼 끝까지 공개되지 않았다.”면서 “가능성이 아니라 위기가 시작됐다는 내용으로 청와대에도 보고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재경원은 97년 1월 한보그룹이 부도 나자 시장안정 차원에서 20조원 규모의 부실정리기금 조성을 논의했으나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추진하지는 못했다. 또한 7월부터 기아차 사태가 불거지자 청와대와 함께 제일은행과 국민은행의 합병을 검토했다.

8월14일 관계자들이 모여 합병안까지 마련했으나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해 추진되지 못했다.

대외신인도 하락을 가중시킨 것으로 지적되는 10월28∼30일 외환시장 마비사태는 강경식 부총리가 시장개입 중단을 지시한 결과라는 증언이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환율방어를 위해 외환보유고를 쓰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직후 강 부총리가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 부총리는 법정에서 이를 전면 부인했다.

감사원의 ‘정책특감´도 한계

한편 재경원 등을 특감했던 감사원 관계자들은 “외환위기 주범을 찾아내라는 여론 때문에 무척 부담스러웠다.”면서 “횡령 등과 달리 의사결정 구조나 시스템의 문제는 지적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위관리들은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 적극 해명했으나 실무진은 단편적으로 위험을 느껴 정책에 손댈 상황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특감 관계자들은 강경식 부총리와 김인호 경제수석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것은 시스템 문제를 두 사람한테 덮어씌워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였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

2007-10-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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