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시각으로 좌파 비판 안되나”
소설가 이문열(58)씨가‘세계의 문학’겨울호에 연재를 마친 장편 ‘호모 엑세쿠탄스’를 놓고 문학이냐 정치냐는 논쟁이 뜨겁다. 현 정권과 386세대를 원색적으로 공격했다는 비난이 있는가 하면, 소설은 소설로 봐야 한다는 옹호론까지 다양하다. 미국에 체류 중인 그와 8일 전화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의 논쟁과 작품에 대한 속내를 50분간 들어봤다.
-(신문에서)자기 좋은 대로 쓰는 것 같다. 소설에서는 극단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마치 그게 전부인 양 쓴다.
▶정치적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소설이란 게 대부분 정치 아니냐. 황석영의 ‘객지’나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다 정치 아니냐. 내 소설은 45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 중에 한두 장을 가지고 본 것이다. 전체를 본다면 다를 것이다. 정치 얘기만이 아니고 근본적이고 존재론적인 부분이 있다. 문학적 부분은 얘기하지 않고 극단화된 일부를 갖고 얘기하니 못마땅하다.
▶정치를 할 생각은.
-정치를 하려면 2800장짜리 원고를 쓰고 있었겠느냐. 대선이 1년 남았다고 하지만 한국은 언제나 선거철 아니냐. 이 소설에 관해 조선일보가 가장 먼저 썼는데 구미에만 맞게 썼다는 점에서 비난받아야 한다. 조선일보가 쓰니 한겨레가 비판하고 중앙일보는 약간 중립적으로 썼다. 소설이 전제가 되지 않는 것은 문학 기사가 아니다.
▶정치성을 띤 문학에 대한 생각은.
-문학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이런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문학에 정치적 견해를 넣어야 하느냐, 문학이 정치에 간섭을 해야 하느냐, 문학인이 정치를 해야 하느냐. 그런데 봐라.80년대 이후 주류문학은 정치적이 아닌가. 넘어져도 왼쪽으로 넘어지면 괜찮고 오른쪽으로 넘어지면 안 된다는 건가.‘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도 그러지 않느냐. 그 소설은 정부의 잘못된 분배정책에 대해 항의한 게 아니었나. 우리 세상은 좌파적 사회주의 세계였던 것 같다. 우파적인 것을 욕하면 용기있고 명작이라고 하지만 우파적 시각에서 좌파를 비판하면 안 되는 것인가.
▶작품의도는 뭐였나.
-LA에서 강연을 한 적 있다. 구원과 해방에 관한 것이었다. 어느 시대가 되면 사회모순이나 부조리가 축적되는데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종교적으로는 구원이고, 정치적 용어로는 해방이며, 사회학적으로는 문제해결이다. 그러면 우리 사회에서 만약 구원과 문제해결을 생각할 때 그 문제가 무엇이고 해결방식은 무엇이냐 하는 게 내 소설의 기본이다.
첫째는 50년 동안 쌓인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인 경제적 불평등이다. 둘째는 분단이고 다른 말로 하면 통일이다. 분단의 문제에는 외세가 개입이 돼 있고 외세가 문제이다. 통일을 지금 안하면 안 된다는 소수의 의견이 은연 중에 지금은 적어도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낸 것이다. 외세라고 하면 미국 문제이다. 예전에는 미국이 너무 오래 간섭하고, 자주권을 침해한다는 의심을 소수만 갖고 있었다. 식민주의 통치를 하는 게 아니냐는 사람이 10%를 넘지 않았다. 상당수는 우방이라고 해석했고 도와준 나라였다. 그런데 이것도 많은 사람이 미국이 우리를 착취했고 착취하려 하고 있고 정치적으로 자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퍼져 반미기류가 최근에 형성된 것이다. 문제는 그것들을 어떻게 해결하는 가이다. 불평등이나 배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회주의적 개혁 밖에 없다. 외세문제는 반미투쟁으로 해결해야겠지. 통일문제는 결국은 힘의 논리에 의해 흡수통일이나 점령통일해야 하는데 저쪽은 평화통일, 공존통일이라고 한다. 지금 일부에서 보여지는 것은 오히려 북한과 협력해 미국과 투쟁하는 형태의 통일을 추구하는 것 같다.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사람은 명백히 그것을 지향하고 있다. 수령론을 믿었던 사람들이 한번도 전향했다거나 포기했다는 의사표시 없이 권력핵심에 투입됐다. 실제로 5년간 반미는 진척이 되었고 그것에 비례해 친북도 진척됐다. 반미·친북 형태의 통일이 눈에 보이는 한 방향이 되어가고 있다. 유대는 종교적 메시아를 포기하고 현실적으로 정치·군사적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래서 유대 전쟁사를 떠올리고 소설에 우화 구조를 썼다.
▶비판들이 못마땅한가.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난 정치적 견해도 있다. 사람들이 문제삼는 부분은 내 견해라기보다 “지금 당신(현 정권)이 추구하는 것을 보면 극단적으로 비판하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소!” 이런 것이다. 이런 게 만일 내 보편적인 결론이라면 소설 한 구석에 처박아 뒀겠냐.
▶정치적 견해는 뭐냐.
-내 견해는 지금 이뤄지고 있는 이 방향, 급진적인 해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데 오기나 근시안적인 당리당략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작품 평가가 엇갈린다.
-80년대부터 느끼는 어려움인데 나와 같은 생각을 갖는 사람은 문단에는 없다. 좌파라고 하면 색깔론이 되지만 80년대 후반에는 사회주의적 해결이 진실하고 의식있는 해결로 여기는 사람만 있다. 평론 쪽은 더하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06-12-0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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