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마흔잔치’ 시작하는 이금희 아나운서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마흔잔치’ 시작하는 이금희 아나운서

입력 2006-03-08 00:00
수정 2006-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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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의 마흔잔치가 시작됐다. 최근 체중감량도 무사히 끝냈다. 기초화장의 그것처럼 깔끔해졌다. 준비된 프로의 길에 들어선다. 풀잎처럼 낮춘다. 결코 튀지 않은 부드러움으로 미소짓는다. 새 출발을 알리는 ‘아침 마당’처럼 더욱 향기로워진다.

문득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생각난다.“…잘난 놈들은 모두 브레이크를 씁니다. 하지만 나는 브레이크를 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랬다. 앞만 보고 달려왔다. 아픔도 겪었고 울기도 많이 했다. 지쳐 쓰러진 적도 여러번이다. 하지만 브레이크가 없기에 어김없이 일어나 걷고 또 걸었다. 어차피 인생은 ‘백년동안의 고독’이 아니냐고 하면서….

체중 10㎏줄여 네티즌 관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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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이 아나운서 이금희. 올해 들어 체중감량에 성공하는 등 방송 17년째를 맞아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결혼에 대해서는 순수하고 카리스마있는 남자면 신랑감으로 OK. 애인이 생기면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서 같이 팝콘도 먹고 싶다며 활짝 웃는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깔끔이 아나운서 이금희. 올해 들어 체중감량에 성공하는 등 방송 17년째를 맞아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결혼에 대해서는 순수하고 카리스마있는 남자면 신랑감으로 OK. 애인이 생기면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서 같이 팝콘도 먹고 싶다며 활짝 웃는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인기 아나운서 이금희(40)씨. 요즘 네티즌들 사이에 검색횟수가 가장 많은 단어 중 하나가 ‘이금희 어쩌구 저쩌구’이다. 특히 ‘이금희 다이어트비법’은 몇주째 인기검색 수위를 달린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이씨는 ‘아침마당’(KBS-TV)에서 이미 팬들과 친숙해졌다. 서민들이 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맡아 자신을 낮추고 편안한 진행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팬들 또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을 만큼 폭 넓다.

이씨의 매력은 특유의 솔직한 진행이다. 출연자들과 같이 ‘울고 웃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또 쉽고 편안한 단어로 질문을 해 일반 출연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배려가 돋보인다. 청국장같은 구수한 유머도 양념처럼 적절하게 곁들여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도 장점 중 하나.

하지만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부지런함’에 있다.

그는 올해로 방송데뷔 17년째. 날씬한 여성 진행자가 기준으로 통하는 방송 현실에서 뚱뚱한 몸매로 착실히 인기를 얻은 것만 해도 대견한 일이 아닐까. 또 대다수의 프로그램에서는 남성 진행자가 여성 진행자를 갈아치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씨는 그 반대였다. 비결은 ‘성실’에 있다.

방송데뷔 17년… 부지런함이 가장 큰 매력

대학졸업 직후인 23세 때부터 지금까지 비가오나 눈이오나 한결같이 별을 보고 출퇴근하는 생활이다. 틈만 나면 부지런히 글을 써 1999년 ‘나는 튀고 싶지 않다’는 책까지 발간했다. 특히 받는 월급을 꼬박꼬박 저축,2001년 저축의 날 행사때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이씨는 올들어 몸매 단장을 새로 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네티즌들 사이에 ‘몸매 논쟁’에 휘말린 사연도 있지만 40세 나이에 세상을 뜬 지인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이래저래 부지런한 습성이 자연스럽게 체중조절로 옮겨져 몸무게 10㎏을 빼 확 달라진 모습으로 팬들 앞에 다시 섰다.

여자 아나운서의 경우 대개 젊은 나이에 중도 하차하는 것과는 달리 나이 마흔에 새롭게 팔을 걷어붙인 것. 이를 뒷받침하듯 방송 진행자가 아닌 출연자로 가끔 TV에 등장하면서 첫사랑의 얘기, 첫키스의 추억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여러 각도에서 팬들과 더욱 가까이 만나고 있다.

서울 여의도 모 방송국 로비라운지에서 이씨를 만났다.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과의 ‘파워 인터뷰’ 진행을 막 끝내고 나온 터였다.

까만 재킷이 썩 어울린다고 했더니 “감사합니다. 그렇게 봐 주셔셔.”라고 머리를 숙여 답례한다. 평소 인사성이 밝구나 하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방송 없을땐 영화보고 책 읽어

방송 진행이 없을 땐 뭘 하는지 먼저 물었다.“할 일 많아요.”라는 즉답이 돌아온다. 영화 ‘뮌헨’‘왕의 남자’도 봤고 일주일에 시사주간지 5권, 영화잡지 2권을 읽는다고 했다. 방송국에서 짬을 내 보는 경우도 있지만 퇴근무렵 여의도 모 헬스클럽 목욕탕에서 반신욕을 하면서 시사주간지, 미처 못 본 신문 등을 쭉 속독한다고 했다. 한 주간의 흐름을 알아야 방송진행에 도움이 된다는 것.

요즘에 체중조절도 했고 나이 마흔에 제2의 인생 스타트라인에 서 있지 않느냐고 했다.“늘 그 자리에서 열심히 해왔어요. 또 시청률이 높고 낮음을 떠나 누군가 어느 한 사람이든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본다는 생각을 항상 마음에 두고 하지요.”라고 평소의 자세를 피력한다. 아울러 ‘아침마당’‘파워인터뷰’ 등 대부분 인생 이야기, 인간극장을 다루기에 출연자를 대할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져 저절로 착해지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87년 아나운서 시험 떨어져 눈물 ‘펑펑´

또한 너무 울어서, 너무 웃어서 NG(No Good, 연기의 실수)난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고백한다. 자신 스스로도 원래 눈물과 웃음이 많다고 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울어본 적이 언제냐고 했더니 “87년 10월인가 그래요.15기 KBS 아나운서 시험에 떨어졌거든요. 밤새 엉엉 울었어요.”라고 당시를 회고한다.

이씨는 중학때 방송반에 몸담은 것이 계기가 돼 아나운서의 길을 선택했다. 한번의 낙방을 겪은 뒤 KBS공채 16기로 입사한다. 처음부터 경쟁력은 오로지 ‘성실’이라고 다짐했다. 책이든 신문이든 무조건 읽고 메모하는 습관을 길렀다.99년 책을 발간할 무렵 몇번 쓰러지는 경험을 한다. 이후 건강을 염려해 2000년 10월 ‘프리’를 선언했다.

“하루하루를 즐겁고 열심히 사는 거지요. 오늘은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이 살고 싶었던 하루거든요. 이왕이면 즐겁게 살아야지요.”

이씨의 부지런함은 어머니(73)한테 영향을 받는다. 아버지(78)가 말단 경찰 공무원이어서 어머니는 평소 미용과 봉재일로 부업을 하면서 다섯 딸을 키웠다.1원짜리 버선 누비는 일 등 온갖 잡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도 손뜨게질을 하면서 딸들에게 선물할 정도.

이씨는 앞으로 되도록 산에 자주 다니겠다고 했다. 얼마전 아는 선배들과 등산을 했는데 하산하면서 두부집에 들러 1만 5000원으로 큰 행복을 경험해 정말 짜릿했단다. 또한 영화와 뮤지컬, 연극 보는 것을 좋아해 가급적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남자 친구가 없어 영화볼 때에는 혼자 간다. 그것도 얼굴 알려질까봐 영화를 시작하고 불꺼진 뒤 슬금슬금 빈 자리에 앉는다. 그러다보니 예고편은 항상 못본다.

이 때였다, 누군가 뒤에서 “언니, 남자하고 만나고 있네, 축하해”라고 했다. 뒤를 돌아봤더니 개그우먼 이영자씨였다. 동료 개그맨과 로비를 지나가던 중 시비(?)를 건다.“영자씨, 인터뷰 중인데”라고 했더니 막무가네로 이영자씨는 “언니, 멋있어”라고 거듭 약을 올리며 사라진다.

자연스럽게 결혼 얘기가 나왔다.“솔직히 결혼이라는 것이 경외스럽다고나 할까요. 제 나이가 마흔이거든요. 결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아무튼 좋은 사람 생기면 하겠지요. 같이 영화보면서 팝콘도 먹고 싶고요.”라고 했다. 어떤 상대를 기다리느냐고 했다.

잠시 망설이더니 순수한 사람, 그리고 카리스마가 있는 남자면 ‘OK’라고 했다. 또 가끔 그런 사람이 주위에 있어도 접근해오지 않아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며 웃는다. 최근 이씨는 방송에 출연해 대학때 남자한테 차인 얘기 등을 털어놔 관심을 모았다.

휴일에는 어떻게 지낼까.“밀린 잠을 자요. 머리를 베개에 댔다하면 금방 자거든요. 일어나 뒹굴뒹굴 방바닥을 구르며 책을 읽기도 해요. 가끔 마사지도 하지요. 또 아는 선배들과 불쑥 지방나들이를 가는 경우도 가끔 있어요.”라고 했다.

이씨는 초등학교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 어릴 적 가난해 어머니한테 몇번이고 졸라 ‘계림문고 동화집 100선’을 사다가 모두 읽었다. 레 미제라블의 ‘장 발장’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책을 껴안고 잘 정도로 애착을 가졌다. 중학교때에는 ‘백년동안의 고독’ 같은 소설을 접했다. 원래는 영문학과나 국문학과를 택하려고 했으나 성적이 모자라(?) 정치외교학과를 선택했다며 웃는다.

식사량 줄이고 규칙적 운동이 다이어트 비법

이씨의 다이어트 비법은 평소의 식사량을 3분의1로 줄이는 것. 또한 간식을 끊고 커피나 주스 대신 생수를 마신다. 매일 한두 시간씩 유산소 운동을 하고 저녁에는 반신욕으로 땀을 뺀다. 이씨는 “어릴 적부터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키는 것을 습관화했다.”고 강조한다. 조용히 할 일을 하는 습성을 스스로 길렀다. 자신이 하는 일을 그저 묵묵히 해나가는 성격.“MC는 방송과 시청자를 연결하는 다리역할입니다. 편안하고, 또 솔직하고 꾸밈없는 진행자가 되려고 해요.”라고 소신을 밝힌다.

주말매거진 We팀장 km@seoul.co.kr

그가 걸어온 길

▲1966년 서울 출생

▲85년 동명여자고등학교 졸업

▲88년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99년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졸업

▲89년 KBS 아나운서 공채 16기

▲99년∼숙명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98년 제25회 한국방송대상 여자아나운서상

▲2000년 제13회 기독교문화대상

▲01년 제38회 저축의 날 국무총리표창

▲01년 여성민우회 푸른미디어상 언어상

주요 프로그램(KBS TV)

누가누가 잘하나(89년), 여성저널,6시내고향(91년), 사랑의 리퀘스트(98년),TV는 사랑을 싣고(99년), 아침마당(2004년), 파워인터뷰(2005년) 등.
2006-03-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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