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봉국의 왕 궁예가 도읍을 정하면서부터 사람들이 살았다고 전해지는 철원.
졸고있는 두루미떼
먹이활동에 바쁜 하루를 보낸 두루미가 사람의 접근이 제한된 한탄강 상류 지뢰지대에서 잠을 자고 있다.
강원도 철원
이곳은 겨울 철새들에게 낙원이다. 드넓은 평야에 지천으로 널린 낙곡은 겨울식량으로 넉넉하다. 불린 배를 꺼뜨리려는 듯 눈밭에서 펼치는 두루미떼의 군무(群舞)는 가히 장관이다.
흰꼬리 수리 날갯짓
희뿌연 겨울하늘을 맴돌던 흰꼬리 수리가 들판의 작은 움직임을 포착하고 날쌘 날객짓으로 움직인다.
강원도 철원
눈도 못 뜰 정도의 매서운 칼바람 추위가 몰아치지만 몸놀림이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경박하지도 않다. 우아한 날갯짓에서 느껴지는 고고한 기품과 자태는 여유로운 비행과 맞물려 신성해보일 정도다.‘근하신년’ 연하장에 그려지는 동양화에서 주연을 맡기에 부족함이 없다.
“꾸루룩” 묵직한 울음 소리가 적막한 전방지역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철책 너머 북녘까지 메아리친다.
비무장지대의 동물 가족들에게 겨울은 정중동(靜中動)의 계절이다. 생명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먹이활동 탓인지 한여름의 활발했던 움직임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지뢰밭이야 조심해”
눈 속에서 먹이 찾기가 어려워지자 멧돼지와 꿩, 까치들이 병사들의 식당에서 나오는 잔반을 먹기위해 막사 근처까지 내려온다.
강원도 원통
군 부대의 초소 바로 아래 붉은 철사로 금을 그어 놓은 곳. 지뢰밭이니 들어오지 말라지만 일가족으로 보이는 멧돼지 떼가 줄지어 산을 내려온다. 무서운 폭발력을 가진 무기가 눈밭 밑 어딘가에 깔려 있다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 인근 마을에서 날아온 꿩, 까치, 까마귀 등과 함께 병사들이 놓아준 잔반을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
순간 포착
비무장지대 인근 민통선 부근에서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 회원들이 밀렵감시와 철새의 생태 관찰을 하고 있다.
강원도 철원
비상하는 기러기떼
낙곡이 많은 논에 까맣게 내려 앉아 먹이를 먹던 기러기떼가 지나가는 군용차량에 놀라 황급히 날아오르고 있다.
강원도 철원
“까치야 아침은 먹었니”
추수가 끝난 적막한 겨울들판에서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던 고라니가 갑자기 나타난 까치에 놀란듯 하다.
강원도 인제
먹이를 찾아 도심까지 내려왔다가 포획되는 도심 주변의 멧돼지들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녀석들이다. 그런 행복을 시샘하는 듯 지축을 흔드는 전차의 케터필터 소리에 동물들은 일제히 자리를 떴다. 일순간 동물의 낙원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비정(非情)의 땅으로 변한다. 팽팽한 긴장감과 억눌려 있던 살기가 차갑게 느껴진다.
JSA 형제들
북한군 과 우리측 병사가 근접된 위치에서 경비근무를 하고 있는 판문점 내 공동경비구역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두 주먹을 다소 과장하듯 움켜쥐고 상대방을 쏘아보는 군인들의 차가운 눈초리에서 ‘아직은 남북대치의 냉엄한 현장’임을 깨닫게 된다.
해질녘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민간인들은 야생동물의 밀렵을 감시하는 이들이었다.“정기적인 순찰만으로도 효과가 있지요.” 조류보호협회 김수호 사무국장의 말이다. 이야기를 나누기도 잠깐. 전방이라 불통이던 기자의 것과는 달리 그의 휴대전화가 연방 울려댄다. 인근 GOP지역에서 눈밭에서 먹이를 찾다가 덫에 걸려 다친 고라니가 발견됐다는 병사의 긴급 신고전화다.
“눈을 가리고 아무것도 먹이지 마!” 응급조치를 알려주고 일행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간다. 긴장의 땅을 낙원으로 활용하는 야생동물에게 인간들은 불청객이다.
“환경도 보존하고 관광의 이익을 본다는 게 가능합니까?”
지자체의 계획대로 DMZ 부근에 생태관광지가 생겨나면 조류보호협회 관계자들은 더 바빠질 것이다.
동물들이 먹을 것과 숨을 곳이 많아지는 새봄이 어서 오기를 그들은 바라고 있었다.
글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먹이활동에 바쁜 하루를 보낸 두루미가 사람의 접근이 제한된 한탄강 상류 지뢰지대에서 잠을 자고 있다.
강원도 철원
졸고있는 두루미떼
먹이활동에 바쁜 하루를 보낸 두루미가 사람의 접근이 제한된 한탄강 상류 지뢰지대에서 잠을 자고 있다.
강원도 철원
먹이활동에 바쁜 하루를 보낸 두루미가 사람의 접근이 제한된 한탄강 상류 지뢰지대에서 잠을 자고 있다.
강원도 철원
이곳은 겨울 철새들에게 낙원이다. 드넓은 평야에 지천으로 널린 낙곡은 겨울식량으로 넉넉하다. 불린 배를 꺼뜨리려는 듯 눈밭에서 펼치는 두루미떼의 군무(群舞)는 가히 장관이다.
희뿌연 겨울하늘을 맴돌던 흰꼬리 수리가 들판의 작은 움직임을 포착하고 날쌘 날객짓으로 움직인다.
강원도 철원
흰꼬리 수리 날갯짓
희뿌연 겨울하늘을 맴돌던 흰꼬리 수리가 들판의 작은 움직임을 포착하고 날쌘 날객짓으로 움직인다.
강원도 철원
희뿌연 겨울하늘을 맴돌던 흰꼬리 수리가 들판의 작은 움직임을 포착하고 날쌘 날객짓으로 움직인다.
강원도 철원
눈도 못 뜰 정도의 매서운 칼바람 추위가 몰아치지만 몸놀림이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경박하지도 않다. 우아한 날갯짓에서 느껴지는 고고한 기품과 자태는 여유로운 비행과 맞물려 신성해보일 정도다.‘근하신년’ 연하장에 그려지는 동양화에서 주연을 맡기에 부족함이 없다.
“꾸루룩” 묵직한 울음 소리가 적막한 전방지역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철책 너머 북녘까지 메아리친다.
비무장지대의 동물 가족들에게 겨울은 정중동(靜中動)의 계절이다. 생명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먹이활동 탓인지 한여름의 활발했던 움직임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눈 속에서 먹이 찾기가 어려워지자 멧돼지와 꿩, 까치들이 병사들의 식당에서 나오는 잔반을 먹기위해 막사 근처까지 내려온다.
강원도 원통
“지뢰밭이야 조심해”
눈 속에서 먹이 찾기가 어려워지자 멧돼지와 꿩, 까치들이 병사들의 식당에서 나오는 잔반을 먹기위해 막사 근처까지 내려온다.
강원도 원통
눈 속에서 먹이 찾기가 어려워지자 멧돼지와 꿩, 까치들이 병사들의 식당에서 나오는 잔반을 먹기위해 막사 근처까지 내려온다.
강원도 원통
군 부대의 초소 바로 아래 붉은 철사로 금을 그어 놓은 곳. 지뢰밭이니 들어오지 말라지만 일가족으로 보이는 멧돼지 떼가 줄지어 산을 내려온다. 무서운 폭발력을 가진 무기가 눈밭 밑 어딘가에 깔려 있다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 인근 마을에서 날아온 꿩, 까치, 까마귀 등과 함께 병사들이 놓아준 잔반을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
비무장지대 인근 민통선 부근에서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 회원들이 밀렵감시와 철새의 생태 관찰을 하고 있다.
강원도 철원
순간 포착
비무장지대 인근 민통선 부근에서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 회원들이 밀렵감시와 철새의 생태 관찰을 하고 있다.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 인근 민통선 부근에서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 회원들이 밀렵감시와 철새의 생태 관찰을 하고 있다.
강원도 철원
낙곡이 많은 논에 까맣게 내려 앉아 먹이를 먹던 기러기떼가 지나가는 군용차량에 놀라 황급히 날아오르고 있다.
강원도 철원
비상하는 기러기떼
낙곡이 많은 논에 까맣게 내려 앉아 먹이를 먹던 기러기떼가 지나가는 군용차량에 놀라 황급히 날아오르고 있다.
강원도 철원
낙곡이 많은 논에 까맣게 내려 앉아 먹이를 먹던 기러기떼가 지나가는 군용차량에 놀라 황급히 날아오르고 있다.
강원도 철원
추수가 끝난 적막한 겨울들판에서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던 고라니가 갑자기 나타난 까치에 놀란듯 하다.
강원도 인제
“까치야 아침은 먹었니”
추수가 끝난 적막한 겨울들판에서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던 고라니가 갑자기 나타난 까치에 놀란듯 하다.
강원도 인제
추수가 끝난 적막한 겨울들판에서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던 고라니가 갑자기 나타난 까치에 놀란듯 하다.
강원도 인제
먹이를 찾아 도심까지 내려왔다가 포획되는 도심 주변의 멧돼지들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녀석들이다. 그런 행복을 시샘하는 듯 지축을 흔드는 전차의 케터필터 소리에 동물들은 일제히 자리를 떴다. 일순간 동물의 낙원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비정(非情)의 땅으로 변한다. 팽팽한 긴장감과 억눌려 있던 살기가 차갑게 느껴진다.
북한군 과 우리측 병사가 근접된 위치에서 경비근무를 하고 있는 판문점 내 공동경비구역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판문점
JSA 형제들
북한군 과 우리측 병사가 근접된 위치에서 경비근무를 하고 있는 판문점 내 공동경비구역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판문점
북한군 과 우리측 병사가 근접된 위치에서 경비근무를 하고 있는 판문점 내 공동경비구역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판문점
해질녘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민간인들은 야생동물의 밀렵을 감시하는 이들이었다.“정기적인 순찰만으로도 효과가 있지요.” 조류보호협회 김수호 사무국장의 말이다. 이야기를 나누기도 잠깐. 전방이라 불통이던 기자의 것과는 달리 그의 휴대전화가 연방 울려댄다. 인근 GOP지역에서 눈밭에서 먹이를 찾다가 덫에 걸려 다친 고라니가 발견됐다는 병사의 긴급 신고전화다.
“눈을 가리고 아무것도 먹이지 마!” 응급조치를 알려주고 일행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간다. 긴장의 땅을 낙원으로 활용하는 야생동물에게 인간들은 불청객이다.
“환경도 보존하고 관광의 이익을 본다는 게 가능합니까?”
지자체의 계획대로 DMZ 부근에 생태관광지가 생겨나면 조류보호협회 관계자들은 더 바빠질 것이다.
동물들이 먹을 것과 숨을 곳이 많아지는 새봄이 어서 오기를 그들은 바라고 있었다.
글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2006-01-31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