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는 민간의료보험 제도를 활성화, 국민건강보험이 책임지지 못하는 부분을 맡기겠다는 입장이지만 보건복지부 등은 의료보장의 공공성 기능이 약화된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보험개발원과 금융연구원이 지난 연말 재경부에 제출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방안’ 가운데 주요 쟁점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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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민간의료보험이 필요한가
금융연구원은 국민건강보험이 의료서비스의 형평성에만 중점을 둬 의료비 보장 비율을 늘리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이 지급하는 의료비 보장비율을 현행 60% 남짓에서 70%까지 높이려면 2008년까지 보험료를 연간 3∼6%씩 인상해야 하는데 보험료 납부자가 이에 상응하는 의료서비스를 받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은 월 소득 100만원 미만의 가계 49.9%가 질병치료와 관련된 생명보험사의 보장보험에 가입했다고 분석했다.100만∼150만원의 소득층은 87%나 가입했다.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부분 암보험과 같은 ‘정액형 상품’으로, 질병이나 사고시 의료비를 전액 또는 일부 보조받는 ‘실손형 상품’은 아니다. 실손형도 보험금이 1000만∼3000만원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특히 ‘웰빙문화’의 확산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소득증가와 고령화 추세로 새로운 의료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지만 건강보험이 이를 충족시키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예컨대 국민소득이 1% 증가하면 의료비 가운데 국민건강보험이 책임지지 못하는 본인 부담금은 1.57%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건강보험료 부담만 커진다는 뜻이다.
●민간의료보험이 저소득층에 도움이 되는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늘고 사회적 위화감만 조성된다는 것. 실제 독일의 경우 연간소득이 5만달러를 넘으면 의무적으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토록 하고 정부는 의료보장 책임을 지지 않는다.
보험개발원도 “민간의료보험은 기본적으로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가입이 쉬워 저소득층은 배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도 저소득층의 발병 확률은 높지만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여유가 없어 민간의료보험은 계층간 위화감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보험개발원은 저소득층에게 ‘바우처(쿠폰)’를 지급하면 건강보험을 통한 것보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지원효과가 크며,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맞춤형’ 저가 보장상품도 많이 나올 것으로 분석했다. 즉 의료보장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고령층이나 장애인을 위한 요양과 장기간병, 치과·안과·한방 치료와 연계한 종합상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개인의 질병통계 공유해야 하나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하지 못한 가장 큰 취약점은 질병에 관한 통계를 보험사가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질병정보를 알아야 유형별 의료비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상품을 내놓는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는데 지금은 국민건강보험이 질병통계를 보험사와 공유하지 않고 있다.
현행 보험업법상 질병에 관한 통계를 요청하도록 돼 있으나 국민건강보험법에는 이와 관련된 조항이 없고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입법 강화로 질병공유는 현실적으로 제약이 따른다. 그 결과 보험사가 가입자의 병력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고, 선량한 가입자에게 위험이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보험개발원은 단기적으로 개인의 동의를 얻어 국민건강보험이 ‘의료급여 사실확인원’을 발급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에도 사용 목적을 명확히 하도록 했다. 또한 보험회사와 의료기관이 계약을 체결, 환자가 치료비를 먼저 내고 나중에 보험금을 타는 방식이 아니라 보험사가 의료비를 직접 지불하는 ‘계약형 제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추진중인 의료특구에는 영리의료법인 제도를 도입해 민간의료보험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으로는 외국의 유수한 병원법인의 진출에 걸림돌이 된다고 덧붙였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2006-01-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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