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주름마저 자연스러운 미소에 녹아드는 표정,원을 그리며 호소하는 몸짓,부드러운 억양으로 넌지시 상대에게 다가가는 말투.이 모든 것은 30년 경력이 만든 김씨의 나이테다.그는 “요리를 함께 배운 동료 5명이 모두 어머니뻘의 여성들인데 그들과 같이 생활한 덕분인지 자연스레 말과 행동에 부드러움이 베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20년 전 KBS의 한 요리프로그램에서 남성으로선 처음으로 방송을 맡게된 것도 김씨에게 ‘부드러움’을 갖추게 한 동기가 됐다.
김씨는 “주 시청자층이 주부들이었고 그들에게 ‘요리’라는 섬세한 작업을 설명하기 위해선 의태어 하나에도 신경써야 했다.”면서 “가령 나물 무치는 동작을 설명할 때 ‘채소는 조물조물 무치세요.’라거나 ‘겉절이는 살랑살랑 버무리면 돼요.’와 같이 한 단계 표현을 더 여성적으로 해야 느낌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도 8개월째 식문화전문 케이블 방송인 ‘푸드채널’에서 매일 오후 요리 강습을 하고 있다. 말이 달라지니 성격마저 달라졌다고 했다.김씨는 “옛 친구들을 만나면 성격이 많이 부드러워지고 여성적이 됐다고 의아해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여성적’이란 수식어를 달갑지 않게 여긴다.
요리사라는 직업에 단지 ‘여성’이란 이름만을 덧씌우는 것이 적합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김씨는 “요리는 여성,남성의 문제가 아니라 부드러움의 미학”이라면서 “보통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표현이 좀 더 풍부하고 성격이 섬세할 뿐 그것이 단지 ‘여성적’이라고 규정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자가 말투가 왜 저러냐며 수군거리는 남성들도 많았다.”면서 “여성이 음식을 만들고 남성은 신문을 보는 시대가 벌써 지나간 만큼 이젠 성역할로 직업을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4-07-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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