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내년 키워드는 가치대비 성능의 약진, 브랜드의 죽음”

김난도 “내년 키워드는 가치대비 성능의 약진, 브랜드의 죽음”

입력 2015-11-09 16:49
업데이트 2015-11-0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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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트렌드 장기불황으로 ‘가치있는 중소기업약진’ 등 ‘10대키워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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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트렌드를 짚어주는 키워드를 발표하는 김난도(사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가 2016년 키워드로 ‘멍키 바’(MONKEY BARS)를 제시했다.

김 교수가 내년 한국 시장의 흐름을 보여주는 키워드로 선택한 ‘멍키 바’는 어린이 놀이터나 군대 유격장에서 볼 수 있는 구름다리를 뜻하는 영어단어다.

김 교수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책 ‘트렌드 코리아 2016’ 발간을 앞두고 9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우리나라를 둘러싼 정치·사회·경제적 위기를 원숭이가 멍키바를 타고 넘듯 무사히 건너 안정된 2017년에 도달하고자 하는 소망을 담았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멍키 바’는 ▲ ‘나만의 구명보트 전략’인 ‘플랜 Z’ ▲ 크고 작은 사건으로 집단적인 불안장애가 나타나는 ‘과잉근심사회’ ▲ 인터넷의 영향력 확대로 무섭게 성장하는 ‘1인 미디어’ ▲ 브랜드 대신 가치를 따지기 시작한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 ▲ 개념소비가 또 다른 과시의 수단으로 자리잡은 현상을 가리키는 ‘연극적 개념소비’ ▲ 척박해지는 도시생활 속에 친환경주의적, 생태주의적 삶을 실천하려는 ‘미래형 자급자족’ ▲ 불만스러운 현실에 대한 도피처로 자극적인 것이 주목받는 ‘원초적 본능’ ▲ 소셜네트워크(SNS) 시대에 온라인상에서라도 그럴싸하게 보이고픈 ‘있어빌리티’ ▲ 젊은 부모들이 마치 설계도면처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기르는 아이를 뜻하는 ‘아키텍키즈’ ▲ 성별, 연령, 소득, 지역 대신 비슷한 취향을 중심으로 모이는 ‘취향공동체’의 첫 글자를 조합해 만든 것이다.

그는 10개 키워드 중에서도 내년 소비 트렌드를 보여주는 핵심 단어로 손꼽았다.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후광효과 대신 ‘가격 대비 성능’에 집중하기 시작하며 ‘사치의 시대’가 가고 ‘가치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그는 “브랜드 후광효과가 갈수록 얕아지며 브랜드 충성도도 낮아지고 있다”면서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의 매출 감소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계속되는 불경기 속에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 확산이 이러한 브랜드의 몰락을 가져왔으며 이런 시대에는 핵심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의 약진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성비’가 중시되는 만큼 단순히 낮은 가격이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플랜Z’도 주목해볼 키워드로 제시했다. 최선인 플랜A, 차선인 플랜B에 이어 ‘최후의 보루’를 뜻하는 ‘플랜Z’는 통장 잔고가 0원이더라도 우아한 삶은 포기할 수 없는 젊은 세대의 소비 패턴을 보여주는 단어라는 설명이다.

풍요의 시대에 성장한 이들은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리퍼브나 샘플 제품, 각종 앱을 이용한 할인 혜택 등으로 메우며 소비를 계속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소비 성향 변화는 세계적인 장기 불황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첫 책을 낸 이후 한번도 호경기가 없었다. 가계 대출이 1000조원 규모라는데 금리가 오르면 한순간에 생활비가 줄어 소비가 힘들어진다. 따라서 소비의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과시하고픈 욕망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어떻게, 무엇으로 과시할지가 바뀌었다. 이제는 큰 차 대신 라오스에서 한 자원봉사로 과시하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 책이 ‘체크리스트’로 활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내년도 트렌드를 예상해서 맞추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나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기존 사업에 대해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고려할 때 체크리스트로 썼으면 한다는 의미다. 그는 “제가 점쟁이라서 이렇게 될거다 말하는 책이 아니다. 신기한 단어를 소개하려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불황이고 비관적 전망이 많은데 이런 불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의도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책을 만들면서 기운나는 키워드가 별로 없어 우울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2007년부터 이같은 트렌드 분석을 내놓은 김 교수는 그간의 예측에 대해 “타율이 상당히 좋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그는 “새책을 내기 전 항상 전년도 리뷰를 하며 못 맞힌 이유도 생각해본다”면서 “어떤 현상을 예측하기보다 그게 언제 나타날지 예측하는 게 더 어렵다. 2013년에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질 거라고 예상했는데 정작 먹방이나 셰프에 대한 관심은 올해 더 유행했다”고 말했다. 미래의창. 432쪽. 1만6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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