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 ‘두 얼굴’…경제 잘나가는데 국민 지갑은 닫혔다

고성장 ‘두 얼굴’…경제 잘나가는데 국민 지갑은 닫혔다

이승연 기자
이승연 기자
입력 2026-10-27 18:28
수정 2026-10-27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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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 요약
  • 3분기 GDP 1.0% 성장, 민간소비 0.2% 감소
  • 반도체 투자·정부지출이 성장 견인, 가계 체감은 둔화
  • 소비자심리지수 하락, 생활형편·지출전망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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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소비 3년 9개월 만에 감소
성장률 항목 중 유일하게 ‘뒷걸음’
반도체·확장재정, 가계에 안 퍼져
소비자심리지수, 전월보다 떨어져
국내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가계가 체감하는 경기는 뒷걸음질했다. 민간소비는 3년 9개월 만에 감소했고, 소비자들의 경기 인식을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하락했다. 반도체 호황과 정부 지출 확대에 힘입어 경제 전체의 힘은 강해졌지만, 소비자들은 주가 하락과 중동 지역 긴장 재고조 등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해 지갑을 닫은 셈이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1.0% 성장한 반면 민간소비는 0.2% 줄었다. 지난 2022년 4분기(-0.1%) 이후 첫 감소로, 감소 폭은 2022년 1분기(-1.0%) 이후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설비투자(4.1%), 지식재산생산물투자(2.3%), 정부소비(1.9%) 등 나머지 항목은 모두 늘었는데 민간소비가 유일하게 줄어 성장률을 깎은 셈이다.

민간소비가 역성장한 건 일부 완성차 업체 파업과 증시 조정 등 일시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한은은 이런 요인이 없었더라도 민간소비 증가율은 0.4%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일시적 악재만으로 소비 부진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경제지표가 크게 개선됐지만, 그 온기가 가계에 충분히 퍼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성장을 이끈 힘도 정부와 반도체에 쏠렸다. 정부 부문은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올렸지만 민간 부문의 기여도는 0.2%포인트에 그쳤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를 중심으로 늘었다. 건설투자가 0.7% 증가한 것도 주택 건설이 부진한 가운데 반도체 공장 등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소비자들의 기대도 낮아졌다. 한은의 ‘10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소비자심리지수는 105.4로 전월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 지수가 100을 웃돌아 낙관적인 시각이 여전히 우세했지만, 생활형편전망CSI(-0.3포인트), 가계수입전망CSI(-0.4포인트), 소비지출전망CSI(-0.4포인트) 등은 나빠졌다.

박용민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높은 성장률이나 수출 호조가 소비자심리의 기조적인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고는 있으나 주가 하락과 중동지역 충돌 지속,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했다”고 했다.

지난 7·8월 기준금리 연속 인상의 여파도 시차를 두고 소비에 부담을 줄 전망이다. 대출 이자가 늘면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든다.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인다. 한은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기존 전망을 크게 웃돌고, 내년 물가 상승률도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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