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추돌로 1명 사망·20명 부상
경찰, 정비불량·안전교육 부실 등 확인
첫 사고 후 축제 맞춰 졸속 운영 재개도
업체대표·직원·법인·담당 공무원 송치
하동 레일바이크 모습. 서울신문DB
경남 하동군의 관광시설인 하동레일바이크에서 보름 사이 두 차례 발생한 추돌 사고와 관련해 운영업체 대표와 직원, 담당 공무원, 법인 등 9명이 공소청에 넘겨졌다.
경찰 수사 결과 풍경열차의 정비 불량과 안전교육 미흡, 안전운행 지침 미작성 등 전반적인 안전관리 부실이 확인됐다. 특히 첫 사고로 17명이 다쳤는데도 정확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없이 지역 축제 일정에 맞춰 운행을 재개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남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지난 5월 2일과 17일 하동군 북천면 하동레일바이크에서 발생한 추돌 사고와 관련해 70대 업체 대표와 30~70대 직원들, 30·40대 하동군 공무원 등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관광진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운영업체 법인도 관광진흥법 위반 혐의로 송치 대상에 포함됐다.
하동레일바이크는 경전선 폐선 부지를 활용해 2017년 5월 개통한 관광시설로, 북천역과 양보역 사이 5.3㎞ 구간을 운행해 왔다. 4인승과 2인승을 포함해 총 70여대가 운영됐다.
단일 선로인 까닭에 탑승객들은 북천역에서 풍경열차를 타고 출발, 양보역에서 레일바이크를 타고 북천역으로 돌아왔다. 양보역까지 레일바이크 견인은 궤도용 바퀴를 끼워 개조한 견인차(2t)를 이용했다. 시설은 2023년부터는 민간 위탁 방식으로 운영했다.
첫 번째 사고는 지난 5월 2일 낮 12시 14분쯤 북천역에서 약 1㎞ 떨어진 선로에서 발생했다. 선로에 정차해 있던 레일바이크 8대를 뒤따르던 풍경열차가 들이받으면서 탑승객 17명이 다쳤다.
이 사고와 관련해 경찰은 운영업체 대표와 본부장, 안전팀장이 풍경열차 정비와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고 관광진흥법상 의무인 안전운행표준지침도 작성하지 않는 등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판단했다.
기관사와 열차 안전요원, 건널목 안전요원에게는 전방주시와 안전거리 유지, 선로 정체 상황 전파 의무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혐의를 적용했다.
두 번째 사고는 첫 사고 발생 15일 뒤인 5월 17일 낮 12시 3분쯤 북천역에서 약 400m 떨어진 지점이자, 전체 구간 중 내리막길이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발생했다.
당시 양보역에서 북천역으로 이동하던 4인승 레일바이크가 앞서가던 견인차량을 추돌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4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70대 여성 1명이 다음 날 숨졌다.
경찰은 업체 대표와 본부장, 안전팀장이 첫 사고 이후에도 사고 원인을 규명하거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기존의 부실한 안전관리체계를 유지한 것으로 봤다.
사고 당시 이용객들이 탑승한 레일바이크를 견인하는 데 사용한 차량도 관광진흥법상 허가받지 않은 시설인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차량은 액티언스포츠 차량의 바퀴를 탈거하고 궤도용 바퀴를 장착해 레일 위를 달리도록 개조한 것이다. 경찰은 이 차량과 관련해 레일바이크 견인에 사용하는 시설 변경에 필요한 허가를 받지 않았고, 안전성 검사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관광진흥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경찰은 또 피해자 진술과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토대로 기관사(안전요원)가 사고 전 탑승객들에게 브레이크 조작법 등 안전수칙을 충분히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경남경찰청 전경. 서울신문DB
운행 재개 과정에서 하동군청의 관리·감독 책임도 확인됐다. 경찰은 담당 공무원 2명이 첫 사고 이후 사고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거나 개선 대책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운행 재개를 결정한 것으로 조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하동군은 5월 15일 예정된 지역 축제 일정에 맞춰 운행을 재개하기 위해 사고 이후 마련한 개선 대책과 외부 업체의 점검 결과 등을 근거로 재개를 결정했다.
경찰은 운행 재개 직전인 14일 저녁 시정 조치 관련 공문을 보내고 다음 날 오전까지 개선 조건을 이행하도록 한 과정도 살펴봤다. 경찰은 이러한 조치가 실질적인 사고 원인 규명과 안전성 확인보다는 운행 재개를 위한 형식적인 절차에 그친 것으로 판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에서는 제동장치 이상 등이 확인됐다. 경찰은 풍경열차의 제동장치를 분석한 결과, 제동 실린더의 작동 거리와 관련해 제동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이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CCTV 분석 결과 사고 지점은 약 140m 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지만, 실제 제동이 이뤄진 지점은 앞선 레일바이크와 약 60~80m 떨어진 곳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일상 점검과 전방주시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점도 사고 원인으로 봤다.
두 번째 사고에 사용된 레일바이크에서도 속도 상승을 억제하는 제동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해당 기능은 바퀴 회전수를 바탕으로 일정 속도를 넘으면 바퀴를 구속하는 방식이다.
경찰은 사고 차량을 감식하고 다른 레일바이크를 무작위로 선정해 비교한 결과, 사고 차량의 관련 작동장치에 이상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국과수 소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레일바이크 속도는 기준 속도인 시속 25㎞를 웃도는 30㎞ 이상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약 5개월간 수사를 진행하면서 피의자와 참고인 등 35명을 조사했다.
두 사고와 관련해 일부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적용 여부도 검토했으나 해당 시설이 법에서 정한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관광진흥법상 하동레일바이크는 일반 테마파크업으로 허가받은 시설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종합테마파크업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계기로 테마파크 시설의 안전관리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관광진흥법에 안전운행표준지침과 안전관리계획서 작성 의무가 규정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세부 작성 기준이나 표준 양식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시설 특성에 따른 위험요인 점검과 안전수칙 고지 등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줄 요약
- 보름 새 두 차례 추돌, 21명 사상 발생
- 정비 불량·교육 미흡 등 안전관리 부실 확인
- 운영업체·공무원 등 9명 불구속 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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