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국으로 건너와 영주권을 취득한 중국인 김용길(65)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한국에서 가족의 생계를 일궈온 이주 노동자가 삶의 마지막 순간 가장 귀한 선물을 남기고 떠났다. 거친 용접 불꽃 아래서 18년 타향살이를 견뎌온 중국인 김용길(65) 씨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김 씨가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30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 2월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폐와 간, 양측 신장을 기증했다.
김 씨는 생전 심장 질환으로 고통받던 친구가 이식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나는 일을 겪었다. 이후 아내에게 “이식만 받으면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게 너무 마음 아프다”며 “나도 누군가를 위해 기증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내 박인숙(중국 국적) 씨는 “남편이 미리 마음을 정해둔 덕분에 마지막 선택이 덜 힘들었다”며 “한국에 늘 고마움을 느꼈고 받은 걸 이곳에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전했다.
중국 장춘에서 태어난 김 씨는 2008년 아내와 한국으로 건너왔다. 영주권을 취득한 뒤 식당 일을 시작으로 건설 현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며 가족의 버팀목이 됐다. 국적은 달랐지만 어려운 이웃을 보면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었다.
김 씨와 같은 외국인 장기기증 사례는 드물다. 최근 5년간 외국인 뇌사 장기기증자는 매년 7~8명 수준으로 전체의 약 2%에 불과하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땅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면서도 ‘이방인’이 아닌 ‘이웃’으로서 숭고한 결단을 내리는 데는 내국인보다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씨가 떠난 뒤 아내 박 씨는 중국에 있는 딸에게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18년 전 함께 건너온 길을 이제는 남편의 온기를 4명의 생명에 남겨둔 채 홀로 되돌아가게 됐다.
박 씨는 “하늘나라에서도 늘 그랬듯이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며 지내.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지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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