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백 자랑? 언제적 얘기냐”…‘누가 더 가난한지’ 경쟁하는 이 나라 청년들

“샤넬백 자랑? 언제적 얘기냐”…‘누가 더 가난한지’ 경쟁하는 이 나라 청년들

김성은 기자
김성은 기자
입력 2026-03-04 09:57
수정 2026-03-0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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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명품백 같은 부의 과시 대신 절약 노하우와 생활 고충을 나누는 문화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123rf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명품백 같은 부의 과시 대신 절약 노하우와 생활 고충을 나누는 문화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123rf


중국 청년층 사이에서 부를 자랑하는 대신 서로의 고충을 나누고 누가 더 싸게 물건을 샀는지 겨루는 ‘역비교’ 문화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기방어적 태도라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이들의 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중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 역비교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전 세대가 명품이나 고가 제품을 과시하며 성공을 드러내던 것과 달리 2000년대 전후에 태어난 Z세대는 최대한 저렴하게 물건을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분위기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게시물이 줄을 잇고 있다.

“룸메이트가 세탁 세제 두 봉지를 단돈 1펀(0.01위안)에 샀다는 말에 이틀 밤을 뒤척였다”는 글은 5만 2000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친구가 A4 용지 100장을 단돈 0.99위안에 샀다는 걸 알고 절망감에 이를 악물었다”는 글에도 9000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대도시에서 월 3000위안(약 64만원)으로 생활하는 법을 공유하는 콘텐츠 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절약 경쟁은 소비에만 그치지 않는다.

설 연휴에 고향을 찾은 젊은이들은 가족 모임 자리에서 보너스 삭감, 오른 월세, 심한 업무 스트레스, 취업난 같은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예전에는 명절에 고향에 돌아갈 때 성공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금의환향’의 압박이 강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힘든 사정을 먼저 꺼내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다들 힘들다고 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잘 산다고 하면 표적이 되지만 못 산다고 하면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결혼이나 연애 문제로 친척들의 잔소리를 듣는 것을 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양쉐옌 시안교통대 공공정책행정학부 교수는 “역비교 트렌드는 젊은이들이 엄청난 압박 속에서 소비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부를 드러내면 질투와 비난만 살 수 있다는 걸 젊은이들 스스로 깨달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또래끼리 고충을 나누는 것이 유대감을 높이고 사회적 압박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출구가 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양 교수는 “이 트렌드의 긍정적인 면은 합리적인 소비로의 회귀지만 젊은이들이 현실을 바꾸려는 의지를 잃고 사회 전반에 비관적인 분위기가 퍼질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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