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실비


이실비 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시 당선자
이 눈싸움을 통해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점점 알 수 없게 됐다. 나는 시를 계속 쓰는 내가 좋았고 싫었다. 내가 자랑스럽고 창피했다.
시 쓰는 사람들을 만났다. 잔뜩 웃고 떠들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마음이 이상했다. 나는 아픈 시만 줄줄 써 댔는데, 그들이 쓰는 시도 그랬는데… 우리는 만나면 신나고 들떠 있었다. 포기할 수 없는 단 하나의 문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기쁨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시를 쓰면 처음에 하려던 말에서 아주 멀어져도 이해받을 수 있었다. 나는 그게 좋았다.
겁먹은 제 시를 기꺼이 믿어 준 심사위원 김소연 시인님, 박연준 시인님, 황인찬 시인님께 감사드립니다. 지난여름, 용기를 나눠준 이영주 시인님과 포에트리앤의 얼굴들 감사해요. 언제나 나를 무던히 지켜봐 주는 이들. 사랑하는 내 가족 민준 홍시 대추, 401호 연재와 민경, 건강원 고은과 효정, 그리고 현경이에게 많이 고마워요. 시를 쓰며 만났던 동료들의 꼼꼼하고 상냥한 진심들을 오래 기억하고 있어요. 적당히 두려워하며 씩씩하게 계속 쓸게요.
■이실비 ▲1995년 강원 속초 출생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졸업
2024-01-02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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