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에 보너스도” 간호사 이민 러시…의료 불평등 심화

“연봉에 보너스도” 간호사 이민 러시…의료 불평등 심화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3-08-03 03:40
수정 2023-08-03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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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간호사 쟁탈전

선진국, 고령화 돌봄인력 확충
호주 보너스·비자로 스카우트
英, 짐바브웨인 비자 발급 6배↑
美 의료비자 급증에 잠정 중단

WHO “아프리카 인력난 심각”
“짐바브웨 간호사 1명, 30명 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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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감한 간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저임금과 격무에 시달리는 개발도상국 의료 인력을 빼가면서 ‘세계 간호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팬데믹 이후 개도국 간호사들이 더 많은 돈을 제시하는 선진국으로 떠나는 의료 이민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대표적인 국가는 호주로 특별 채용 보너스와 패스트트랙 비자를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방식으로 의료 인력을 모으고 있다. 호주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9개월 동안 의료 종사자에게 4950개 비자를 발급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48%나 늘어난 것이다. 한국 간호사도 지난해 미국 간호사 면허시험인 ‘엔클렉스’(NCLEX)에 전년 653명의 3배에 가까운 1816명이나 응시했다.

선진국은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돌봄 인력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국민 의료 인력을 수년에 걸쳐 양성하는 대신 개도국에서 의료진을 데려오는 것이다. 영국이 지난 1년간 간호사와 간병종사자 등 전체 의료 인력을 대상으로 발급한 비자는 전년의 3배인 10만 1570건에 이른다. 특히 최근 1년간 영국이 짐바브웨 국민에게 발급한 보건의료 비자는 1만 7421건으로 전년보다 약 6배나 많다.

팬데믹 기간 미국은 자국 내 간호사가 연 10만명씩 감소했지만 해외 의료 종사자의 비자 심사 요청은 40% 이상 증가했다. 의료 기관의 간호사 채용을 위한 영주권 신청이 너무 많아지자 결국 지난 6월 미 국무부는 지난해 2월 이후 들어온 신청서 처리를 중단해 해외 간호사 모집이 일시적으로 멈췄다.

이런 선진국의 ‘의료 인력 빼가기’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보건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한 국가를 ‘레드리스트’로 선정하고 있다. 현재 54개 나라가 이 리스트에 올랐으며, 대부분 유럽의 표적이 되는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레드리스트 국가의 평균 의료 종사자 수는 인구 1만명당 15명에 불과하지만 선진국의 경우 1만명당 148명에 달한다. 짐바브웨전문간호사연합 더글러스 치콥부 사무총장은 “일부 병원에서 간호사 한 명이 최대 25명 또는 30명의 환자를 돌보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WHO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70개 이상 국가에서 해외 의료인을 더 쉽게 고용할 수 있는 법률을 도입했다. 독일에서는 가나, 브라질, 알바니아 등 의료인 취업 비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반면 많은 의료 인력을 미국에 뺏긴 필리핀은 팬데믹 기간 일시적으로 의료 종사자의 출국을 금지했다. 나이지리아 의회는 의사의 이민을 허용하기 전 최소 5년 동안 국내에서 의무 근무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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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 1명당 담당하는 환자 숫자가 적게는 13명 많게는 25명이 넘는데 미국은 5명, 호주나 캐나다는 4명 수준”이라며 “간호대학 졸업 후 절반이 1년 내 간호사를 그만두는 걸 막을 제도적 장치가 없으면 간호 인력 유출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3-08-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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