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해외서 번 돈 가운데 약 8조원을 국내 본사로 들여오기로 했다. 기업들은 그동안 세금 부담 등을 이유로 해외유보금을 쌓아두고 있었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현대모터스튜디오서 ‘포니의 시간’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본 리쇼어링(국내 회귀) 기미는 연초부터 있었다. 국내에서 나간 돈과 해외에서 들어온 돈의 차이를 보여주는 해외직접투자 재투자수익은 올 1월 마이너스 10억 6720만 달러로 급증했다. 마이너스라는 것은 국내 유입액이 더 많다는 뜻이다. 전월(前月)만 해도 16억 달러 플러스였다. 이중과세 폐지 효과라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었으나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았다. SK, LG 등 다른 대기업도 자본 리쇼어링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하니 일시적인 현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진 국내 기업들이 해외서 돈을 벌면 현지서 한 번, 국내로 들여올 때 또 한 번 각각 세금을 물렸다. 이중과세이자 글로벌 경쟁력 저해요소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으나 지난해에 이르러서야 관련 규제가 수술대에 올랐다. 기획재정부가 세법을 고쳐 국내 유입 때는 법인세의 95%를 비과세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해외서 가져온 8조원을 국내 전기차 공장 신설에 쓰기로 했다. 투자가 늘어나면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투자금 조달을 위해 빚을 내지 않아도 되니 기업에도 이득이다. 그뿐인가.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가 늘어 경상수지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불합리한 이중과세 조항 하나 고쳤을 뿐인데 기업·개인·국가에 트리플 호재다. 규제완화의 힘이 이렇게 크다.
2023-06-1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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