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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직장·가정에서 좌절하는 남성… 이제는 지원 정책 시작할 때”

“학교·직장·가정에서 좌절하는 남성… 이제는 지원 정책 시작할 때”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2-10-19 18:06
업데이트 2022-10-20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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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학자 리처드 리브스 인터뷰

자동화와 서비스업 늘면서 고전
학교 교육에서도 여성 우위 심화
정치적·직업적 남녀 차별 있지만
페미니즘·남성 지원 ‘제로섬’ 아냐

남성 직업에 여성 경력 구축하듯
여성 위주 직군에 남성 진출해야

韓 여가부 폐지로 젠더 전쟁 비화
남성 정책까지 포괄, 역할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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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리브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지난 15일 서울신문과 줌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계층·불평등 문제를 연구해 온 경제학자로 영국 부총리 산하 전략국장, 가디언지의 미국 워싱턴DC 특파원을 지냈다. 현재 브루킹스연구소의 미래중산층협의체 소장 및 아동·가족센터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위 1%’를 비난하며 그 그늘에서 자신들의 특권을 세습하는 ‘상위 20%’를 비판한 저서 ‘20vs80의 사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줌 화면 캡처
리처드 리브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지난 15일 서울신문과 줌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계층·불평등 문제를 연구해 온 경제학자로 영국 부총리 산하 전략국장, 가디언지의 미국 워싱턴DC 특파원을 지냈다. 현재 브루킹스연구소의 미래중산층협의체 소장 및 아동·가족센터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위 1%’를 비난하며 그 그늘에서 자신들의 특권을 세습하는 ‘상위 20%’를 비판한 저서 ‘20vs80의 사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줌 화면 캡처
영국 태생으로 미국에서 장성한 아들 셋의 미래를 20여년 내내 걱정했다. 남학생들은 학교에서 성적·수업태도 모두 여학생에게 뒤떨어지는 경향이었고, 직업 시장에서도 남성의 경쟁력은 날로 저하됐다. 아이를 낳는 데 기여하고 돈만 벌어 오면, 심지어 그마저 못 해도 아버지의 존재감을 봐 주던 가부장제는 퇴조했다.

남성의 고군분투와 좌절을 주제로 책을 쓰기로 하자 주변에선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상책인 ‘고통뿐인 이슈’”라고 뜯어말렸다. 하지만 여성 차별 해소에 더 힘쓰는 동시에 남성 지원 정책을 시작하자고 백악관을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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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2017년 ‘미국의 사상가 50인’에 오른 리처드 리브스(53)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다. 지난달 공개된 신간 ‘오브 보이스 앤드 맨’(Of Boys and Men·사진)을 앞에 두고 지난 15일 그와 줌 인터뷰를 했다.

-남성이 살기 어려워졌다고 인식한 계기는.

“세 아들을 키우면서 학교, 노동시장, 가정에서 경제적 불평등에 좌절하는 남성들을 목격했다. 현재의 미국 사회에서 경제·사회적 변화의 지점을 살피면서 남성의 불평등 문제가 ‘실재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또 (남성 위주였던) 제조업 경제는 (여성에게 기회가 넓은) 서비스업 경제로 이동했다. 게다가 남성은 학교에서부터 여성보다 더 학업에 어려움을 겪기 일쑤라, 기술과 훈련이 필요한 직업이 증가하는 현시대에 고전하게 된다.

-교육 제도가 남성에게 불리하다는 주장인가.

“여성 친화적이다. 최근 수십년간 학교에서 여학생들은 남학생을 월등하게 추월했다.(미국 국립교육통계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 학위 수여자 중 57%가 여성이다.) 숙제와 집중 등 학업기술도 여학생들에게 유리하다. 남학생들은 오래 앉아 집중하는 기술을 상대적으로 어려워한다.(리브스는 충동조절, 계획능력, 미래지향 능력 등과 관련된 뇌 전전두엽 피질의 경우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2년 빨리 성숙한다는 연구 결과를 저서에서 제시했다.)”

-가족 내 남성의 역할이 변했나.

“많은 국가에서 경제적으로 독립한 여성은 반드시 가족을 가질 필요가 없어졌다. 자녀를 원한다 해도 남성과의 결혼이 선결 조건은 아니다. 결혼율은 하락하고 출산율도 떨어졌다. (돈과 자녀의) ‘공급자’로서 역할을 잃은 남성들이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해 질문에 답해야 한다. 남성의 역할은 무엇이고, 이상적인 남성상이란 또 무엇인가.”

-여성 차별이 견고한데 기득권을 누려 온 남성의 고충을 강조하는 게 불편하지 않나.

“남성의 문제를 제기하면 반(反)페미니스트로 보일 수 있다. 미국 여성의 평균 임금은 여전히 남성의 82% 수준이고 고위직 여성 비율도 적다. 특히 정치적으로 성평등 문제는 한쪽으로 쏠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남성이 힘들다는 것과 페미니즘이 ‘제로섬 게임’은 아니다.”

-정부의 남성 지원 정책이 왜 필요한가.

“여성들을 남성 위주의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관련 직업으로 끌어오고, 여성의 경력 사다리를 구축하는 지원 정책을 늘려 온 것처럼 현재 여성 위주의 ‘HEAL 직업’(보건·교육·행정·문맹퇴치전문가를 뜻하는 Health·Education·Administration·Literacy의 줄임말)에 더 많은 남성을 진출시킬 수 있다. ‘레드셔팅’(Redshirting·미국에서 남학생들의 뇌 발달이 여학생보다 느린 것을 감안해 한 학기나 1년 늦게 입학시키는 경향)도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판단일 수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 남성 지원 정책을 제안했나.

“백악관에서 나는 ‘걸으면서 껌을 씹을 수 있다’는 표현을 강조했다. 현재 미국 사회에서도 진보 진영은 여성이 직면한 문제만 보고, 보수 진영은 남성이 직면한 문제만 본다. 남성이 모순적으로 (내가 그래도 남자인데 하는) 전통적인 남성성을 고수하려고 남성 정책에 거부감조차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는 남성 정책을 시작해야 하는 세대다. 결국 남녀 모두가 번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들이 (차별해소 대신) 남성의 실패를 원하는 건 아니다.”

-한국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결정했다.

“오히려 확대해 여성 정책을 계속하면서 남성 정책까지 포괄하는 게 나은 선택이었다. 정치적 행위가 남녀 간 ‘문화전쟁’으로 비화한 것 같다. 만약 미국의 보수 정부가 남녀 문제를 모두 다루는 백악관 ‘성 정책 위원회’(Gender Policy Council)를 없앤다면 반대가 많을 것이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2022-10-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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